행동경제학
- 마음과 행동을 바꾸는 선택 설계의 힘
리처드 탈러 지음, 박세연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21년 03월 11일 출간
원제 : Misbehaving: The Making of Behavioral Economics
엉뚱한 짓: 행동경제학의 형성
책을 읽어나가면서
스스로 찾아볼 것, 기억해두고 싶은 것들을 스크래핑 함
2022.02.25 ~ 2022.03.02
목차
들어가며 | 시간을 거슬러, 행동경제학을 탐험하기에 앞서
"역사와 지혜는 강의나 역사책이 아니라 일화나 웃긴 이야기,
재치 있는 농담을 통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간다."
Ⅰ. 행동경제학, 긴 여정의 시작
I. BEGINNINGS: 1970–78
1. 상상 속 인간에서 출발한 현대 경제학
1. Supposedly Irrelevant Factors(SIF)
- 우리 모두는 '이콘'이 아니다
p.29
이콘: Homo Economicus, 경제학 모형의 가상적인 존재
"시험은 100점이 아니라 137점을 만점으로 한다. 이 기준은 이번 과목에서 여러분이 받을 학점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을 것이다."
p.31
경제학 이론에서 핵심적인 가정은
첫째, 사람들이 최적화 작업을 거쳐 선택한다는 것이다.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에 따라 선택한다.
경제학 = 최적화optimizing + 균형equilibrium
둘째, 사람들이 결정을 내릴 때 기반으로 삼는 믿음은 사실 편향되어 있다.
셋째, 137점의 사례가 보여주듯, 최적화 모형은 많은 요소를 빠뜨리고 있다.
p.34
그중 첫 번째는 무작위 대조 실험으로 의학 등 다른 과학 분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되어왔다. 그 전형적인 연구 방식은 특정 환자들에게 어떤 '치료'를 제공했을 때 벌어지는 현상을 조사하는 것이다. 두 번째 접근 방식은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실험 상황(가령 일부만 특정 프로그램에 등록하고 나머지는 하지 않는 경우), 혹은 고의적으로 특정 상황을 설계하지 않았더라도 처리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효과적인 계량경제학적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p.36
물론 상상 속 이콘의 행동을 설명하는 추상적인 모형 개발을 굳이 중단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정말 중단해야 할 것은, 그건 모형이 인간의 행동을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것이라 가정하고, 그런 결함 있는 분석을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일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인supposedly irrelevant factor', 즉 내가 줄여서 SIF라고 부르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p.37
행동경제학은 전통 경제학과 완전히 다른 학문이 아니다. 여전히 경제학 범주에 속하며, 다만 심리학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과학을 폭넓게 받아들인다.
2. 가질 때의 기쁨과 잃을 때의 고통, 무엇이 더 클까?
2. The Endowment Effect
- 소유 효과의 비밀
p.41
병원은 셸링이 말한 '통계적 생명statistical life'을 가리키며, 반대로 소녀는 '확인된 생명identified life'을 상징한다.
p.42
이콘이 살아가는 세상은 20명의 통계적 생명 대신, 1명의 확인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다.
p.48
현금을 실제로 지불하는 것에 비해 기회비용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이다.
p.49
이후 오랜 세월이 흘러 대니와 아모스는 그 차이를 '프레이밍framing' 효과로 정의했지만, 마케터들은 개념 이전의 프레이밍의 중요성을 이미 본능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었다. 추가 요금을 부담하는 것은 주머니에서 실제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지만, 할인을 받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기회비용일 뿐이다.
p.50
우리가 소유한 물건은 자산의 일부라는 점에서 나는 이런 현상을 '소유 효과endowment effort'로 설명한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자기 자산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것, 즉 가질 수 있지만 아직 소유하지는 않은 것보다 이미 자기 자산의 일부가 된 것을 더욱 가치 있게 평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와 마주했다.
3. “버락 오바마? 나는 당선될 줄 알았다니까!”
3. The List
- 사후 판단 편향
p.54
앞의 사례 모두 경제학 이론과 모순되는 행동을 보여준다. 먼저 제프리는 "매몰 비용sunk costs, 즉 이미 지불된 비용을 무시하라"는 경제학자의 원칙을 외면했다.
p.55
"사후 판단 편향hindsight bias"이란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그것이 필연적인 결론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결과가 그렇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말한다.
p.56
이런 편향을 더욱 치명적인 것으로 만드는 요인은, 우리 모두 다른 사람에게서는 그런 편향을 쉽게 인식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p.56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과 지적 능력은 다분히 제한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단순한 경험 법칙 즉, '휴리스틱heuristics'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한 가지 사례로 '가용성availability'이라는 개념을 들 수 있다.
p.57
하지만 우리가 사례를 떠올릴 수 있는 용이성이 실제 횟수와 별로 상관이 없을 때(드루브의 경우처럼) 그 경험 법칙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은 읽는 내내 나를 전율하게 만든 그들 논문의 핵심 주제, 즉 휴리스틱의 활용은 사람들이 '예측 가능한 실수predictable error'를 저지르게 만든다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p.57
여기서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란 인간에게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지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며,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p.58
경제학자들은 그들의 모형이 정확하지 않으며, 그리고 그런 모형이 내놓은 예측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경제학자들이 활용하는 통계적 모형 속에서 그들은 소위 '오류error'라는 요소를 그 방정식에 추가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했다.
p.58
하지만 그런 오류가 무작위로 발생한다면(다시 말해 그 모형이 내놓은 예측이 동일한 횟수로 높거나 낮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류끼리 상쇄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사실은 제한된 합리성에 따른 오류는 얼마든 무시해도 좋다는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경제학자들이 내세우는 근거다.
p.58
트버스키와 카너먼이 1974년 논문에서 제시한 '체계적 편향systematic bias'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일부 SIF는 행동 예측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4. 불확실성하에서 인간은 어떻게 결정하는가
4. Value Theory
- 전망 이론과 운명의 그래프
p.62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말하는 구성 원리란 두 가지 형태의 서로 다른 이론, 즉 규범적normative 이론과 기술적descriptive 이론을 가리킨다.
p.64
최적화를 기본적인 개념으로 삼는 모형 중 하나인 이 이론은 기업이 이윤(혹은 기업 가치)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규정하며, 더 나아가 이를 위해 기업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설명하고 있다.
p.65
전망 이론은 인간 행동에 대한 단 하나의 이론이 규범적이고 기술적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p.65
베르누이는 실질적으로 위험 회피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인물이다. 그는 이 개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행복(또는 경제학자들이 흔히 말하는 효용)은 돈이 많아질수록 증가하지만, 그 증가율은 점점 감소한다고 가정했다. 이런 현상은 '민감도 체감diminishing sensitivity 원리'라고도 불린다.
p.67
여기에서 원리란 B보다 A를 더 좋아하고 C보다 B를 좋아한다면, 당연히 C보다 A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른바 이행성transitivity 같은 매우 자명한 개념이다.
p.68
반면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합리적 선택을 위한 유용한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사람들이 내리는 실절적인 결정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한 대안으로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을 제시했다.
p.68
CEO 연봉이 기업의 이익만큼이나 비즈니스 규모에 이상하리만치 크게 좌우된다는 점에서 CEO가 확장 전략을 추구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상황이 그렇다면 이는 기업이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이론을 위반하는 셈이다.
p.69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논문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또 다른 하나는 '가치 함수value function'를 보여주는 그래프였다. 이 역시 경제학적 사고에서 중요한 이론적 혁신이었으며, 새로운 이론을 창조한 실질적 원동력이었다.
p.71
사람들은 '수준level'이 아니라 '변화change'의 차원에서 삶을 경험한다. 그 변화는 현재 상태, 혹은 기대했던 것으로부터의 변화일 수 있으며, 어떤 형태든 모든 변화는 우리를 더 행복하거나 불행하게 만든다. 이는 실로 놀라운 통찰력이다.
p.71
베버-페흐너 법칙Weber-Fechner law은 어떤 변수의 변화에 대한 '최소 식별 차이JND; just noticeable difference'는 그 변수의 크기에 비례함을 의미한다.
p.73
495달러짜리 TV를 살 때보다 45달러짜리 라디오를 살 때 사람들은 10달러를 아끼기 위해 더욱 기꺼이 10분을 투자하려 한다. TV를 살 때 절약할 수 있는 10달러는 JND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p.73
사람들이 이익과 손실 모두에서 민감성 체증을 경험한다는 사실은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그것은 사람들이 이익에서는 위험 회피적이지만, 손실에서는 위험 선호적이라는 사실이다.
p.75
이익이 가져다주는 기쁨보다 손실이 가져다주는 슬픔이 더 큰 현상을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런 개념은 어느덧 행동경제학자의 무기고에서 가장 강력한 도구로 자리 잡았다.
5. 이콘이 아닌, 살아 있는 인간에 주목하다
5. California Dreamin'
- 새로운 모험의 시작
p.81
커너먼이 자신의 책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을 통해 유쾌한 방식으로 설명했던 것처럼 두 사람은 스스로 이런 사고 실험에 도전했고, 그들이 한 가지 대답에 동의한 경우 다른 사람들도 같은 방식으로 대답할 것이라고 잠정적으로 가정했다. 그런 다음 주로 학생으로 이루어진 피실험자들을 대상으로 질문을 던짐으로써 그들의 가정을 검증했다.
p.81
경제학자들은 가설적 질문에 대한 대답이나 일반적인 설문 조사 방식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이 스스로 밝힌 의사와는 반대로 행동하는 현상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p.84
'느린 예감slow hunch'은 모든 진실이 명명백백 드러나는 유레카의 순간과는 다르다. 다만 뭔가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막연한 느낌, 소중한 진실이 조만간 드러날 것이라는 직감에 가깝다.
6. 전통 경제학자의 네 가지 무기에 대한 반박
6. The Gauntlet
- 최적화 모형과 현실의 괴리
p.89
그리고 거기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보편적인 태도 역시 내가 무슨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지, 어떤 중요한 요소를 간과하고 있는지 집어내는 것이었다. 나는 곧 또 다른 목록을 작성했다. 경제학자들이 내 목록상의 항목을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이유를 나열했다.
p.90
- 인간은 '마치 ~처럼' 행동하는가
경제학의 두 가지 핵심 개념, 즉 행위자는 최적화를 추구하고 시장은 안정적 균형에 도달한다는 개념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p.90
하나의 사례는 이른바 '기업 이론theory of the firm'이라는 것이다. 간단하게 설명해서 기업은 언제나 이익(혹은 주식 가치)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말이다.
p.91
이론과 달리 경영자들은 임금의 변화가 고용이나 성과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제품을 최대한 많이 팔기 위해 노력하고, 수요에 따라 노동력을 늘리거나 축소한다고 대답했다.
p.95
그러나 1980년의 설문 조사는 '마치 ~처럼as if'의 반론을 극복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현실적인 선택 상황에서 잘못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타당한 데이터가 필요했다.
p.96
- 인간의 동기와 선호 역전 현상
경제학자들은 동기라는 요소를 크게 신뢰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위험도가 높아질 때 더 치열하게 생각하고, 도움을 구하고, 문제 해결에 필요한 행동을 취해야 할 더욱 강력한 동기가 주어진다.
p.96
리흐텐슈타인과 슬로빅은 경제학자들을 당황하게 만들 '선호 역전preference reversal'이라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는 간단히 말해 피실험자가 B보다 A를 선호한다고 말하고, 그리고 동시에 A보다 B를 선호한다고 말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p.96
이런 발견은 공식적인 경제학 이론의 핵심적인 논리 기반, 즉 사람들은 모두 '분명한 선호'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안다는 믿음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p.96
만약 분명한 선호의 가정을 폐기해야 한다면, 경제학 이론서는 첫 장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일관된 선호가 없다는 것은 곧 최적화할 대상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p.97
여기에서 피실험자들은 상대적으로 확실한 경우(97%의 확률로 $10 받기), 그리고 좀 더 위험한 경우(37% 확률로 $30 받기) 중 하나를 선택한다. 먼저 두 사람은 피실험자에게 어느 경우를 더 선호하는지 물었다. 그리고 그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고 할 때, 그 선택권을 판다면 받길 원하는 최저 금액은 얼마인가 물었다.
p.99
- 학습을 위해 필요한 2가지
사람들은 외부 세상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스스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과제를 연습하고, 그런 연습 덕분에 실험실에서 관찰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다.
p.99
심리학자들은 경험에서 배우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두 가지란 충분한 연습과 즉각적인 피드백이다.
p.100
하지만 삶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는 우리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며, 바로 이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습에 대한 주장과 동기에 대한 주장은 일면 상호 모순적이다.
p.100
사소한 일을 선택할 때 우리는 충분한 연습을 통해 올바로 처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주택이나 대출, 직장을 선택할 때는 충분한 연습이나 학습 기회를 가질 수 없다. 그리고 퇴직연금을 선택하는 경우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p.102
- 보이지 않는 속임수
나는 이런 주장을 '보이지 않는 속임수invisible handwave'라 부른다. 그 이유는 그 주장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는 동안 아무도 자신의 양손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못했고, 과대평가되어 있으면서 신비에 싸인 애덤 스미스의 작품 "보이지 않는 손"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p.103
보이지 않는 속임수는 위험 수위가 높고 선택하기 까다로울 때 사람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려 한다는 주장에 때로는 부합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의 문제점은, 이해가 충돌하지 않는 진정한 전문가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2022.02.25 ~ 2022.02.25
Ⅱ. 심리 계좌: 우리는 돈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II. MENTAL ACCOUNTING: 1979–85
7. 정직한 가격 정책은 왜 실패했을까
7. Bargains and Rip-Offs
- 할인 쿠폰과 거래 효용
p.109
경제와 관련된 모든 의사 결정은 기회비용이라는 렌즈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소유 효과의 개념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자.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는 데 쓰는 비용은 금전적 지출로만 설명할 수 없다. 그 비용은 돈과 시간의 선택과도 관련되어 있다.
p.110
이 같은 사고방식은 소비자 선택에 대한 올바르고 타당한 규범적 이론이다. 이는 이콘의 접근 방식이며, 원칙적으로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에 이런 방식으로 무언가를 선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이런 식으로 결정하려 한다면, 여러분의 머리는 폭발해버리고 말 것이다.
p.111
이 몇 가지 중 어떤 게 가장 좋을까, 하는 정도 수준으로 고민할 뿐 1,000달러를 갖고 할 수 있는 모든 일 중 최고의 것을 선택하려는 접근 방식은 우리가 감당할 만한 과제가 아니다. 흉내조차 내기 힘들다.
p.111
그래서 실제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 학생을 고용해 인근 지역 가족들과 면담을 나누도록 했다. 예산이 빠듯할 때 지출 결정의 중요성이 더 높아진다는 점에서 나는 저소득층 가구에 주목했다.
p.112
결국 나는 '취득 효용acquisition utility'과 '거래 효용transaction utility'으로 이루어진 해결책에 도달했다. 여기에서 취득 효용이란 일반적인 경제 이론을 기반으로 삼는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소비자 잉여consumer surplus'와 동일한 개념이다.
p.113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 취득 효용이란 우리가 얻은 물건의 효용에서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을 뺀 나머지를 의미한다.
p.113
거래 효용은 특정 제품을 사기 위해 실제로 지불해야 하는 가격과 일반적으로 구매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인 준거 가격reference price의 차이를 의미한다.
p.113
그런데 가격이 무려 3배다. 여러분은 그 샌드위치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 거래는 끔찍하다. 이는 부정적인 거래 효용, 즉 '바가지rip-off'에 해당한다. 반면 준거가격보다 낮은 경우 그 거래는 긍정적인 거래 효용, 즉 '할인bargain'에 해당된다.
p.114
여러분은 해변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맥주 한병을 <리조트의 고급 바 혹은 간이매점에 주문해서> 마실 수 있다. 하지만 맥주를 판매하는 곳에 직접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 매장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판매자와 가격을 협상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여러분의 진정한 취향을 숨길 이유도 없다. 그러므로 전문 용어로 유인 합치incentive compatible 상황에 해당된다.
p.115
이콘은 거래 효용을 경험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구매 위치는 또 하나의 SIF, 즉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소다.
p.116
사람들은 대부분 단지 거래 자체가 너무 좋다는 이유만으로 별로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반드시 사야 하는' 물건을 창고에 고이 모셔둔다.
p.116
판매자는 인식된 준거 가격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거래'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낸다. 오랫동안 애용된 한 가지 도구는 대부분 아무런 근거 없는 '희망 소비자 가격suggested retail price'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희망 소비자 가격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준거 가격'으로 기능한다.
p.117
그리고 매트리스처럼 품질을 평가하기 쉽지 않은 제품인 경우 희망 소비자 가격은 두 가지 기능을 한다. 가격만큼 품질이 우수하다는 (그래서 취득 효용이 높을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동시에 '세일 중'이기 때문에 거래 효용 역시 높다는 점을 넌지시 전해준다.
8. 새 구두에 뒤꿈치가 까여도 벗을 수 없는 이유
8. Sunk Costs
- 무시하기 어려운 매몰 비용
p.121
빈스는 일주일에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실내 테니스 클럽에 1,000달러의 회비를 내고 가입했다. 그러나 두 달 후 테니스 엘보 증상이 나타나 테니스를 하기가 점점 더 고통스러워졌다. 그래도 회비가 아까워 석 달 동안이나 고통을 참으며 운동을 계속했다. 그러다 결국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그만두었다. 돈을 지불하고 되돌려 받지 못할 때 그 돈은 매몰된다.
p.123
실제로 이런 오류는 대단히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것이어서 이를 일컫는 공식적인 용어(매몰 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도 있으며, 경제학 입문서에서도 종종 그 개념을 다룬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그 개념을 이해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매몰 비용을 무시하라는 조언을 따르기가 현실적으로 대단히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p.123
매몰 비용은 오랫동안 SIF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저녁을 먹거나 콘서트를 보러 가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직도 많은 사람은 미국이 그만두기에는 너무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베트남전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p.124
100달러짜리 티켓을 사고 그 콘서트에 가지 못한다면 100달러를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회계적인 비유를 계속하자면 티켓을 사고도 사용하지 못했다면,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장부에 '손실'이라고 기입해야 할 것이다.
p.125
거빌과 소먼은 회비를 낸 다음 달에 출석이 갑자기 크게 늘었다가, 다음 회비를 낼 때까지 서서히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이런 현상을 '지불 비용 감소payment depreciation'라고 불렀다. 이는 매몰 비용의 효과가 서서히 옅어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p.126
즉 매몰 비용은 일정 기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결국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p.132
여기에서 심리 계좌는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 초기 불입액은 투자(소비가 아니라)이며, 연간 '유지비'를 내는 것은 귀찮긴 하지만 앞으로 그 시설에서 보내는 휴가는 모두 '공짜'다.
9. 돈에는 꼬리표가 붙어 있지 않다
9. Buckets and Budgets
- 예산과 심리 계좌
p.136
대부분의 거래가 현금으로 이루어지던 시절에(신용카드는 1970년대 후반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많은 가구가 봉투 시스템을 활용했다. 집세, 식료품 구입비, 그리고 각종 요금을 납부할 돈을 각각의 봉투(혹은 유리병)에 넣어서 관리하는 방식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방식은 부모에게 배운 것이었다.
p.136
기업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돈을 관리한다. 각 부서는 전체 예산을 할당받고, 그 범위 안에서 세부 예산을 편성한다. 그런데 이런 예산 편성 방식은 경제학의 또 하나의 첫 번째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것은 돈은 '대체 가능한' 수단이라는 것으로, 이는 돈에는 사용 범위를 제한하는 꼬리표 같은 것이 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p.137
예산의 존재 근거는 합리적이고 이해 가능하다. 기업의 사장은 조직 전반에서 일어나는 모든 지출을 일일이 승인하길 원치 않는다. 이런 점에서 예산은 적절한 판단에 따라 지출을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직원들에게 부여함으로써 조직의 지출을 관리하는 직접적인 방식으로 기능한다.
10. 평범한 사람이 막판에 극단적인 투자를 하는 심리
10. At the Poker Table
- 포커 게임과 하우스 머니 효과
p.146
대니와 아모스가 인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롱샷long shot(우승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말)에 대한 배당률은 특히 마지막 경주에서 크게 떨어진다. 다시 말해 마지막 경주에서 더 많은 사람이 이길 가능성이 가장 낮은 말에 베팅한다. 대니와 아모스는 사람들이 손실 상황에서 위험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는 전망 이론을 기반으로 이런 현상을 설명한다.
p.147
게임에서 돈을 따고 있는 경우 사람들은 딴 돈을 '실제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는 대단히 보편적으로 드러나는 태도로,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이와 관련해 '하우스의 돈으로 하는 도박gambling with the house's money(여기에서 '하우스'는 카지노를 말한다)'이라는 표현을 썻다.
p.151
예를 들어 당신이 출발한 곳과 현재 있는 곳처럼 두 가지 뚜렷한 기준점이 존재할 때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하우스 머니 효과, 즉 최근에 얻은 수익을 기꺼이 투자하려는 성향은 금융 시장의 거품을 조장한다.
p.151
도박에서 돈을 잃었을 때 본전을 만회하려는 성향은 투자 전문가의 행동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회사에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입힌 주식 중개인들은 필사적으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마지막 기회에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다.
p.152.
여기에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은, 정상적인 위험 회피 성향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큰 손실로 압박에 시달릴 때, 만회할 기회가 있다면 극단적인 위험을 감수하려 들 수 있다는 것이다.
2022.02.26 ~ 2022.02.26
Ⅲ. 자기통제: 현재와 미래 사이의 선택
III. SELF-CONTROL: 1975–88
p. 154
현대 경제학에서는 우리의 욕망과 선택이 전적으로 동일하다고 본다. 현대 경제학은 인간은 언제나 그들이 원하는 것을 선택한다고 가정한다. 즉 선택은 '욕망의 표출'이다.
p.155
경제학 교과서에 하나의 이론으로 구체적으로 언급된 적은 없지만, 경제학 이론은 실질적으로 자기통제 문제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가정한다.
11. 미래 소비에 대한 할인은 오류인가
11. Willpower? No Problem
- 시점 간 선택 문제
p.156
스미스는 일반적인 기업가는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목표를 추구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해서 사회에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p.157
스미스의 초기 작품 "도덕 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에서 그는 자기통제 개념을 상세히 밝혔다. 예리하게도 스미스는 자기통제라는 개념을 '열정'과 '공평한 관찰자'의 투쟁, 또는 충돌로 설명한다.
p.158
그의 설명처럼 문제는 "10년 뒤에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은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즐거움에 비해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지 못한다"라는 사실이다.
p.158
행동경제학자 조지 로웬스타인이 언급한 것처럼 '시점 간 선택(즉 소비 시점에 따른 선택)'에 대한 다양한 초기 논의는 1980년대 경제학에서는 외면받았던 '의지력'과 같은 개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p.160
새뮤얼슨은 경제학의 수학적 근간을 마련한 천재적인 인물이다. 그는 16세의 나이로 시카고대학교에 입학했고 얼마 뒤 하버드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리고 대담하면서도 명확한 제목의 박사 논문 "경제 분석의 기초Foundations of Economic Analysis"를 발표한다. 여기에서 그는 수학적 엄밀성을 바탕으로 경제학의 모든 것을 새롭게 정의했다.
p.160
이후 새뮤얼슨은 시점 간 선택과 관련해 표준적인 경제학 이론으로 인정받은 '할인된 효용 모형discounted utility model'을 내놓았다. 이 모형의 기본 개념은, 소비는 이후 시점보다 지금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p.162
높게 시작했다가 점차 낮아지는 이런 일반적인 형태의 할인 방식을 가리키는 전문 용어로 '준 쌍곡선 할인quasi-hyperbolic discounting'이라는 말이 있다.
p.162
나는 준 쌍곡선 할인이라는 용어 사용을 가급적 피할 것이며, 사람들의 그런 성향을 설명하기 위해 좀 더 현대적인 표현인 '현재 편향적present biased'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이다.
p.166
새뮤얼슨이 제시한 모형이 널리 인정받으면서 대니얼 카너먼이 언급한 '이론에 따른 맹목theory-induced blindness'이라는 고질병이 대부분의 경제학자에게 생겨났다.
p.167
시점 간 선택은 이론경제학theoretical economics에서 다루는 추상적 문제만은 아니다. 그 개념은 거시경제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가구의 소비가 소득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말해주는 소비 함수consumption function의 이론적 근간을 이루고 있다.
p.168
케인스는 아주 단순한 형태로 소비 함수를 제시했다. 그는 가구 소득이 증가할 때, 증가한 액수의 일정 부분만 지출할 것이라 가정했다. 그리고 증가한 소득에서 지출하는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한계소비성향Marginal Propensity to Consume; MPC이라는 개념을 활용했다.
p.169
프리드먼은 가구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소비를 완만한 형태로 수정하려 한다는 관찰을 바탕으로 '항상소득 가설permanent income hypothesis을 내놓았다.
p.169
모딜리아니는 1년 혹은 3년 같이 단기간에 집중하지 않고 개인이 평생 벌어들이는 소득 전체를 기반으로 이론을 구축했다. 그래서 '생애 주기 가설life-cycle hypothesis'이라고 이름 붙였다.
p.170
케인스에서 프리드먼, 모딜리아니에 이르기까지 경제학자들은 행위 주체가 먼 미래를 내다보며 숙고하고, 강력한 의지력을 발휘해 지출을 연기할 수 있는(모딜리아니의 경우에는 수십 년 동안을) 존재라고 암묵적으로 가정했다.
p.170
경제학자들이 "똑똑한 것이 더 나은 것이다"라는 휴리스틱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모딜리아니의 이론이 최고로 인정받으면서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p.173
심리학자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고, 경제학과 동료들이 어떻게 그토록 황당한 시선으로 인간의 행동을 바라볼 수 있는지 의아해했다.
p.173
코넬대학교 동료이자 좋은 친구이기도 한 톰 길로비치는 이렇게 말했다. "난 자네가 경제학 이론에서 얻은 편리하고도 공허한 수많은 가설에 매번 놀라곤 하지."
p.173
모딜리아니의 생애 주기 가설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얼마나 오래 살 것인지와 같은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반드시(합리적 기대와 더불어) 필요한 계산을 수행할 만큼 똑똑한 존재라고 가정한다. 그뿐 아니라 그런 계산에서 도출한 최적의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스스로를 강하게 통제할 수 있는 존재라고 가정한다.
p.174
가구들의 소비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콘이 아니라 인간에 다시 집중해야 한다. 인간들에게는 아인슈타인의 두뇌는 물론이거니와, 금욕적인 수도승의 자기통제력 또한 없다. 그들은 열정과 결함을 지니고 있고, 망원경으로 세상을 내다보며, 각각의 재산이 든 다양한 항아리를 따로 관리하고, 주식 시장의 단기 수익에 휘둘린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인간에 대한 이론이다.
12. 오디세우스와 사이렌, 그리고 서약 전략
12. The Planner and the Doer
- 계획가-행동가 모형
p.176
자기통제를 연구하는 거의 모든 학자(철학자에서 심리학자, 경제학자에 이르기까지)는 한 번쯤 이 고대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p.176
사이렌은 말하자면 여성 멤버로 이루어진 고대의 록밴드다. 어떤 선원도 그녀들의 노래에 저항하지 못한다. 유혹에 넘어간 선원들은 배를 그 바위 쪽으로 몰아가다가 결국 암초에 부딪혀 난파당하고 만다. 우리의 오디세우스는 그녀들의 노래를 듣고 싶었을 뿐 아니라 살아 돌아가 그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도 싶었다. 그래서 두 가지 계획을 짰다. 첫째, 그는 선원들이 사이렌들의 노래를 듣지 못하도록 모든 선원에게 밀랍으로 귀를 막을 것을 지시했다. 둘째, 선원들로 하여금 자신을 돛대에 묶도록 해 노래를 감상하면서도 배를 바위 쪽으로 몰아가려는 치명적인 유혹에 넘어가지 않게 했다.
p.177
사실 이 이야기는 자기통제 문제에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두 가지 중요한 전략을 보여준다. 선원들에게 적용한 전략은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도록 유혹하는 위험요소를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다. 즉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다음으로 오디세우스 자신을 위해서는 '서약 전략commitment strategy'을 선택했다. 즉 자기 파멸을 피하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권을 제한했다.
===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9400964&memberNo=3715377&vType=VERTICAL
《오디세이아》 24권 중 5~12권은 호메로스 편 ‘이상한 나라 오디세우스’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에서 출발하여 고향 이타케까지 10년 동안 경험하는 11번의 모험을 담고 있다. 모험 가득한 긴 여정을 뜻하는 오디세이가 여기서 유래한다. 키르케 섬을 떠나 세이레네스 섬을 지날 때다. 세이레네스의 노래에는 불가사의한 힘이 있어 그 노래를 들으면 모든 사람은 유혹에 못 이겨 물에 빠져 죽는다.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에게 밀랍으로 귀를 막고 노를 젓게 한다. 그러나 본인은 그 노래를 한번 들어보기 위해 돛대에 자신의 몸을 묶는다. 그러나 노랫소리가 들리자마자 밧줄을 풀어달라고 호통치고 애원까지 하는 오디세우스, 안타깝게도 지혜로운 자, 오디세우스는 돛대에 묶여 이렇게 괴로워 울부짖는 모습만 명화(名畵)로 우리에게 소개된다. 그러나 밀랍으로 귀를 막은 부하들 귀에는 정작 그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어쨌든 그렇게 세이레네스 섬을 통과한다. 유혹에 실패한 세이레네스는 치욕감에 스스로 물에 뛰어든다. 그리고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아라비카 원두 판매점 간판에 다시 나타난다. 소설 《모비딕》의 일등 항해사 스타벅의 이름과 함께.
===
p.178
미셸은 아이들을 방으로 들여보낸 뒤 당장의 작은 보상과 나중의 큰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실험자는 아이에게 쿠키 1개는 언제든 먹을 수 있지만, 실험자가 나갔다가 돌아올 때까지 안 먹고 기다리면 3개를 주겠다고 했다. 아이는 언제든 벨을 울릴 수 있고, 그러면 실험자가 와서 작은 보상을 건넸다.
p.178
그 후 10년 정도의 세월이 흐르고 나서 미셸과 그의 동료들은 그 당시의 실험을 되돌아보면서 당시 피실험자로 참여했던 아이들이 지금 어떻게 사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대단히 흥미로운 작업이 되리라 생각했다.
p.178
그 결과 놀랍게도 실험에서 아이들이 참아낸 시간이 SAT 점수, 직업적 성공, 마약 복용이 이르기까지 삶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측면을 정확하게 예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미셀이 이른바 개성이라는 요소가 현재는 물론 미래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 그리 효과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는 다양한 실험을 직접 수행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성과였다.
p.180
예를 들어 금연을 결심한 경우 자주 만나는 친한 사람에게 자신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이면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혹은 에인슬리가 언급한 것처럼 '자신과의 내기private side bet'를 할 수도 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하기 싫은 과제를) 끝내기 전까지는 오늘 저녁에 TV 중계를 보지 않을 거야."
p.181
우리가 스스로 계획한 행동 과정을 끝까지 고수하고자 하는 유일한 상황은 '지금의 선택을 나중에 바꾸면 그것이 틀림없이 실수로 드러날 것'이라고 확신할 만한 명백한 근거가 있을 때뿐이다.
p.182
당시 내가 모색하던 이론도 두 자아로 이루어진 모형이었다. 그런 생각은 내게 직관적인 차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지만, 두 자아로 구성된 이론은 경제학에서는 대단히 급진적인 주장이었던 반면 심리학에서는 지나간 이야기였다. 이 이론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을 무렵, 나를 포함한 경제학자들 대부분은 인간의 열정과 공평한 관찰자의 투쟁에 관한 애덤 스미스의 논의는 알지 못했다.
p.184
사실 우리 이론은 은유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항상 두 자아로 이루어졌다고 가정했다. 하나는 선의를 갖고 앞날을 걱정하는 미래지향적인 '계획가planner'다. 또 하나는 내일을 잊고 오로지 오늘만 살아가는 '행동가doer'다. 인간 행동에 대한 이런 모든 모형이 떠안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는, 둘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p.185
주인-대리인 이론principal-agent model에서 주인은 종종 사장, 즉 기업의 소유주를 가리키고, 대리인은 권한을 위임받은 직원을 가리킨다. 기업 환경에서 대리인은 주인이 알지 못하는 내용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긴장 관계가 형성된다. 또 비용 문제로 주인은 대리인의 활동을 일일이 간섭하기 어렵다.
p.185
개인을 하나의 단위로 볼 때, 그 안에서 대리인은 여러 명의 단기적 행동가다. 구체적으로 말해 우리는 매 기간, 가령 날마다 새로운 행동가가 등장한다고 가정한다. 그들은 오로지 즐기는 데에만 관심이 있고, 앞으로 등장할 행위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다. 반면 계획가는 완전히 이타적이다. 그녀는 모든 행동가의 행복에 관심을 기울인다(자비로운 독재자쯤으로 여겨도 좋다). 그녀는 모든 행위자의 행복을 바라지만, 그들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은 제한적이다. 행동가가 음식이나 섹스, 음주, 혹은 외출과 관련해 강한 불만을 드러낼 때 특히 더 그렇다.
p.186
계획가는 행동가를 통제하기 위해 두 가지 도구를 활용한다. 우선 행위자에게 '재량권'을 부여한다. 동시에 보상이나 처벌(금전적인 것을 포함해)을 통해 그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혹은 그들의 선택권 자체를 제한하는 서약 전략 같은 '규칙'을 부과한다.
p.188
이 그래프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죄책감을 활용할 때 즐거움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행동가가 에너지바를 덜 먹도록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먹는 것을 덜 즐거운 활동으로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의지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고통이 수반된다.
p.191
계획가는 의식 및 이성적 사고와 관련된 두뇌의 전두엽 영역에 살고 있고, 행동가는 변연계에 사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대니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묘사한 이중 시스템 모형에 친숙한 사람들이라면 계획가를 느리고 추론하고 숙고하는 '시스템2'로 생각할 수 있다. 동시에 행동가를 빠르고 충동적이고 직관적인 '시스템1'로 생각하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접근 방삭이다.
p.191
베타-델타 모형이 계획가-행동가 모형보다 더 낫다고 말할 수 있는 중요한 장점은 수학적 단순성에 있다. 이 모형은 자기통제의 본질적 측면을 포착하는 새뮤얼슨의 기본 모형에 가장 가까운 이론이다.
p.193
바로 이런 위험에 대비해 계획가가 나서서 먼저 규칙을 정하고, 다음으로 그 규칙을 강제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p.193
앞으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이런 지식은 다양하고도 중요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쉬어 가기
INTERLUDE
13. 심리 계좌와 자기통제, 가라앉던 기업을 살리다
13. Misbehaving in the Real World
- GM과 그릭픽의 성공 사례
p.196
- 부도 위기에 빠진 스키장을 살려라
이용객 1인당 운용비는 규모가 큰 유명 스키장들과 거의 차이가 없는 반면, 그리픽의 리프트는 5개 라인밖에 없었고, 스키 코스 역시 훨씬 적었다. 그렇다면 이용객 수가 줄어들지 않는 선에서 유명 스키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요금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p.197
심리 계좌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 일대에서 유명한 버몬트 스키장의 리프트 이용료는 그리픽 이용객에게 객관적인 기준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시설 수준을 고려하면 그리픽의 이용료가 조금 더 저렴하리라 기대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픽이 강조해야 할 장점은 인접성이었다.
p.197
첫 번째로 해결할 과제는 리프트 이용료를 올리면서도 이용객들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몇 년에 걸쳐 가격을 점차 인상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가격 인상을 부분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이용객의 만족감을 높임으로써 바가지를 썼다는 인상을 가급적 줄이고자 했다.
p.206
- 어떻게 하면 재고 차량을 소진할 수 있을까
그 무렵에 나는 "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에서 조그마한 기사 하나를 읽었다. 그 기자는 구체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이자 할인의 경제적 가치가 리베이트보다 오히려 더 낮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리베이트를 받아 대출금을 상환한다면(비록 더 높은 금리로 빌린다 하더라도) 실제로 돈을 더 아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자 할인을 선택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하지만 GM은 이를 통해 더 많은 자동차를 판매했다.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p.206
그는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쉽게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리베이트 금액은 자동차 가격과 비교해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지만, 행사 금리는 일반적인 수준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소비자에게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들린다는 것이다.
p.206
오랜 기간에 걸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경험하고, 실험하고, 검증하고, 평가하고, 학습하지 않으려는 GM의 성향은 사실 대단히 보편적인 것이었다. 최근 정보 조직의 이런 성향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나는 기업과 정부 기관에서 이런 측면을 여러 번 관찰할 수 있었다.
2022.02.26 ~ 2022.02.26
Ⅳ. 무엇이 거래를 공정하게 보이도록 만들까
IV. WORKING WITH DANNY: 1984–85
14. 소비자가 기업에 분노하는 순간
14. What Seems Fair?
- 퍼스트 시카고 은행, 코카콜라, 아이튠즈, 그리고 우버
p.213
대니와 네치의 연구 주제는 바로 이런 질문이었다. 무엇이 거래를 '공정하게' 보이도록 만드는가? 사람들은 매점에서 맥주를 살 때는 호텔에서와 똑같은 가격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그건 매점에서 요구하는 높은 가격을 공정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p.215
"세상에! 대체 어떤 인간이 눈보라가 몰아친 다음 날 아침에 눈삽의 가격을 올린단 말입니까?" 하지만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가격은 얼마든 인상될 수 있고, 이는 '일어나야만' 하는 현상이다. 이런 질문은 비즈니스 스쿨의 기본 경제학 강의에 종종 등장한다.
p.215
우리의 연구는 순수하게 기술적이다. 우리는 도덕 철학자 행세를 하려 들지 않았고, 무엇이 공정하며 공정해야만 하는지에 심판을 내리고자 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추구했던 것은 소위 경험 철학experimental philosophy이라는 것이다.
p.216
그리고 논보라 이후에 눈삽의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사람들을 짜증 나게 만드는 행동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들은 그런 행동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gousing'이라는 표현을 쓴다. 원래 'gouge'라는 용어는 '날카로운 도구를 갖고 구멍이나 홈을 파기'라는 의미다. 사람들은 실제로 날카로운 도구에 찔린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p.217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부자들만이 특정한 사치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보건과 관련한 문제는 다른 범주였다.
p.218
많은 경우 이런 경매 방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그것으로 인해 누가 이익을 보고 손해를 보는뿐 아니라, 어떠한 방식으로 프레이밍하는지와도 관련이 있다.
p.219
기업은 세일이나 할인에 따른 가격 변동과 더불어 소비자에게 부과하고자 하는 최고 가격을 '정상가'로 설정해두어야 한다. 할인 취소는 가격 인상만큼 강력한 반발을 유발하지 않는다.
p.219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익숙한 기존 거래 조건에 대해 권리를 갖고 있다고 느끼며, 그런 조건에 관련된 모든 퇴보는 손실로 인식된다.
p.220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경기 침체기에도 직장인의 임금은 큰 변동이 없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뭘까?
p.220
이런 현상에 대해 한 가지 부분적인 설명을 하자면 임금 삭감에 대한 근로자의 분노는 엄청나게 거대하기 때문에 기업은 차라리 기존 수준으로 임금을 지불하고, 잉여노동력을 해고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p.221
그들은 명목임금 삭감은 손실로 인식해 부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인플레이션에 못 미치는 명목 임금 상승은 인정할 만한 것으로 여긴다.
p.221
공정한 이미지는 동일한 고객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차원에서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 기업에 특히 중요한 가치다. 그런 기업은 부당한 이미지로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p.222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직후 홈데포 등 대형 유통업체는 음식과 생수 등 긴급 구호물자를 트럭에 싣고 다니면서 나눠주었다. 그러나 동시에 또 다른 일부 기업은 피해를 입은 지역을 중심으로 합판을 아주 비싼 가격에 판매했다. 이처럼 상반된 두 가지 경우에서 기업은 모두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했다.
p.223
퍼스트 시카고First Chicago 은행은 ATM으로 가능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은행원을 찾는 고객에게 3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함으로써 그들을 자연스럽게 ATM 앞으로 유도하고자 했다. 그러나 대중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가혹했다.
p.223
고객: 입출금 내역서를 확인하고 싶어요. 그리고 또...
은행원: 질문이 있나요?
고객: 네? 아, 그래요.
은행원: 질문에는 별도 요금이 적용됩니다. 총 6달러 되겠습니다.
고객: 뭐라고요?!
은행원: 총 9달러 되겠습니다.
p.224
"코카콜라는 그 효용이 매 순간 달라지는 제품입니다. 여름 결승전이 벌어지는 경기장에서 시원한 코카콜라의 효용은 대단히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이 높은 것은 공정합니다. 우리의 자판기는 가격을 설정하는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해줍니다."
p.225
2012년 2월 11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뜬 가수 휘트니 휴스턴의 사례에 주목해보자. 오늘날 대부분 아이튠즈 같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그녀의 음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당시 애플과 소니는 그 상황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가격 인상을 위한 절호의 기회였을까?
p.225
"화가 났다는 표현은 그나마 절제한 겁니다. 아이튠즈가 그녀의 죽음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군요. 정말로 기생충 같은 짓이죠." 특히 온라인 다운로드 시장의 경우 재고 부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분노는 더욱 거세질 수 있다.
p.227
우버Uber의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은 수요에 따라 가격이 탄력적으로 변동한다는 점이다. 우버는 이런 측면을 '차등 요금제surge pricing'라는 말로 설명한다. 이유에 상관없이 수요가 치솟을 때 가격은 급등하고, 우버는 고객에게 그런 상황을 통지한다. 그러면 고객은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모색하거나, 우버에서 가격 상승이 끝났다는 공지를 받을 때까지 대기할 수 있다.
p.228
뉴욕주 정부는 폭풍이나 정전, 다양한 소요 사태에 이르기까지 '비정상적인 시장 붕괴'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기간에 기업이 '터무니없이 과도한 가격'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런 법률적 표현이 바가지 요금에 대해 주민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p.230
나는 그들이 자문이나 주주라면 최고 요금을 정상가의 3배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물론 여러분은 3배라는 기준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궁금해 할 것이다. 이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탄력적으로 변동되는 항공이나 숙박과 같은 서비스 분야에 대해 내가 인정하는 대략적인 가격의 허용 범위다.
p.230
"크리스마스에 바가지 요금을 경험한 사람들은 3월에 절대 다시 찾지 않을 겁니다." 이 말은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구축하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소중한 조언이다.
p.232
"수요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그래서 사람들이 기꺼이 추가 요금을 지불하려 한다 하더라도, 기업은 절대 제품이나 서비스 가치 이상의 가격을 소비자에게 요구해서는 안된다." 넥스트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기꺼이 2,000달러를 지불한 고객이라 하더라도 레스토랑을 나설 때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맛있긴 한데 2,000달러만큼은 아니군." 더 중요한 것은, 코코나스는 그 손님이 다시는 넥스트를 찾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다른 수많은 잠재 고객과 나눌 것이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15. 경제학자가 농부들에게 배워야 할 것
15. Fairness Games
- 죄수의 딜레마와 공공재 게임
p.233
대니, 네치와 함께 공정성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는 동안 한 가지 질물이 우리 마음속에 강하게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부당하게 행동하는 기업을 처벌하길 원하는가? 예전에 50달러를 내고 탔던 택시를 500달러에 탔다면, 그 전에 즐겨 이용했다 하더라도 앞으로 다시 이용할 생각이 있는가?"
p.235
우리는 소소한 이번 실험의 결과에 만족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베르너 귀트Werner Guth가 이끄는 독일 경제학자 연구팀이 이미 3년 전에 정확하게 똑같은 게임으로 논문을 발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우리와 완전히 동일한 게임을 활용했고, 게다가 기억하기 쉬운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이란 이름까지 붙였다.
p.235
이 게임의 응답자는 제안자가 무엇을 제안하든 간에 받아들여야 했고,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 게임의 이름을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이라 지었다. 우리는 독재자 게임의 결과에 대해서 분명한 예측을 내놓지는 않았다. 사실 우리는 두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처벌 게임Punishment Game'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p.237
이 실험 결과는 사람들이 부당한 제안을 싫어하고, 부당한 제안을 하는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 경제적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려 든다는 분명한 증거를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를 통해 사람들이 공정한 제안을 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감을 느낀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p.238
또 다른 실험들은 우리가 이콘에 대해 생각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전적으로 이기적인(적어도 낯선 사람을 대할 때) 존재인지에 대한 질문에 주목한다. 이런 실험들은 협력에 관한 게임을 활용한다.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는 것이 있다.
p.239
죄수의 딜레마는 우리에게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지만, 우리가 살면서 체포될 일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이 게임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공공재 게임Public Goods Game에 주목해보자.
p.239
공공재란 소비를 위축시키지 않고 모든 사람이 소비할 수 있는 자산을 말하며, 특정 개인이 이를 소비하지 못하도록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장 대표적인 공공재 사례로 불꽃놀이를 들 수 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에게도 사용료를 요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새뮤얼슨은 시장경제하에서는 공공재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할 것임을 증명했다.
p.241
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변수가 있다. 경제학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이 게임을 실행했을 때 기부 비중은 20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결과는 사회학자 제럴드 마웰Gerald Marwell과 루스 아메스Ruth Ames가 '경제학자들의 무임승차: 다른 사람들도?Economists Free Ride: Does Anyone Else?'라는 논문을 쓰도록 영감을 불어넣었다.
p.242
반복된 공공재 게임을 통해 사람들이 배운 것은, 눈치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몇몇) 눈치 빠른 사람들과 게임을 하고 있으며 아무도 순진하게 당하기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p.243
이후 에른스트 페르Ernst Fehr와 그의 동료들이 했던 연구는 안드레오니의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면서 많은 사람을 '조건적 협력자conditional cooprator'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충분히 많은 수가 협력할 때 기꺼이 협력하려고 든다.
p.243
농부들은 종종 그들의 농장 앞에 가판대를 설치해놓고 농산물을 판매한다. 거기에는 돈을 넣을 수 있지만 뺄 수는 없도록 작은 홈을 낸 상자가 놓여 있으며, 이런 상자들은 가판대에 못으로 고정되어 있다.
p.244
경제학자들 역시 농부만큼이나 인간 본성을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이 무임승차를 노리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사람은 분명히 여러분이 방심한 틈을 타 지갑을 낚아챌 준비를 하고 있다.
16. 복권과 3달러 중 무엇을 갖겠습니까
16. Mugs
- 소유 효과와 현상 유지 편향
p.246
복권을 지급받은 사람 중 82%는 복권을 그대로 갖고 있기를 희망했고, 돈을 받은 사람 중 복권 구매를 희망한 비중은 38%에 불과했다. 이는 사람들이 새로운 것으로 바꾸기보다 원래 갖고 있던 것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뜻이다. 최초의 할당이 무작위로 이루어졌음에도 이런 현상은 지극히 분명하게 드러났다.
p.247
우리는 소유 효과가 실제 현상이라면 시장에서 거래 규모를 위축시킬 것이라 생각했다. 이미 어떤 물건을 가진 사람은 그 물건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고, 반대로 그 물건을 갖지 않은 사람은 그 물건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다.
p.254
이런 소유 효과에 대한 우리의 설명으로, 사람들의 손실 회피 성향 외에도 '관성inertia'이라는 개념을 들 수 있다. 물리학에서는 외부 환경에 변화가 없을 때, 정지한 물체는 계속해서 정지해 있으려 한다고 설명한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행동한다. 그들은 바꾸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없는 한 갖고 있던 것을 고수하려 한다. 심지어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도 바꾸려 들지 않는다. 경제학자 월리엄 새뮤얼슨과 리처드 젝하우저는 사람들의 이런 태도를 일컬어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라 불렀다.
p.255
손실 회피 성향과 현상 유지 편향은 종종 힘을 모아 변화를 가로 막곤 한다. 공장이나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일자리를 찾기 위해 그들은 다른 분야의 일자리를 받아들이고 함께 했던 동료와 가족, 집을 떠나야 한다. 이 사람들이 다시 일하도록 도와주는 노력은 관성의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p.256
"알다시피 사람들은 언젠가 더 이상 '가능성 있는' 시절이라고 할 수 없는 나이에 접어들지. 내 생각에 그건 마흔으로 넘어갈 무렵이야."
2022.02.26 ~ 2022.02.26
Ⅴ. 경제학과 심리학이 만날 때
V. ENGAGING WITH THE ECONOMICS PROFESSION: 1986–94
17. 30년간 지속된 논쟁들
17. The Debate Begins
- 행동주의 vs 합리주의
p.260
아모스는 이 콘퍼런스를 위해 대니와 함께 쓴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경제학자들을 특히 당혹스럽게 만든 경제학 이론의 예외를 거론했다. 그중 하나로 지금은 널리 알려진 '아시아인 질병 문제Asian desease problem'라는 것이 있다. 두 그룹의 피실험자는 600명의 사람이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두 가지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p.260
첫 번째 그룹에 제시한 방안은 다음과 같다.
● 방안 A를 선택하면 200명 환자를 살릴 수 있다.
● 방안 B를 선택하면 3분의 1 확률로 모든 사람을 살릴 수 있지만 3분의 2 확률로 600명 환자 모두 죽는다.
→ 이에 대해 대부분의 피실험자는 안전한 A안을 선택했다.
p.261
다음으로 두 번째 그룹에 다음과 같은 선택권을 제시한다.
● 방안 C를 선택하면 확실하게 400명이 죽는다.
● 방안 D를 선택하면 3분의 1 확률로 아무도 죽지 않지만 3분의 2 확률로 모든 환자가 죽는다.
→ 이 경우 대다수는 위험한 D안을 선호했다.
p.261
응답자들이 B보다 A를 선호하고, C보다 D를 선호한 것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선택했고, 내과 의사를 대상으로 한 비슷한 실험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분명하게도 합리주의 진영은 이런 실험 결과에 불편해 했다. 이콘이라면 그토록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p.265
이런 맥락에서 나는 '심리학과 경제학 콘퍼런스 핸드북Psychology and Economics Conference Handbook'을 제안했다. 그 아이디어는 내가 연설할 때마다 듣는 지겨운 이야기, 즉 6장에서 다룬 비판을 이에 대한 반박과 함께 목록으로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p.267
그의 농담은 두 사람의 '무관련 정리irrelevance theorem'를 언급한 것이었다. 그들은 이 정리를 통해 특정한 가정하에서 기업이 배당금을 지급하거나, 그 돈으로 자기 주식을 다시 사들이거나, 아니면 부채를 상환하거나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 말은 곧 기업이 이익을 어떻게 처리하든, 또는 어떤 방식으로 나누어주든 투자자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p.268
밀러-모딜리아니의 무관련 정리에서 핵심 가정 중 하나는 세금이 없는 상황이었다. 지급된 배당금에 세금이 부과된다면, 기업이 이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다양한 방식에 중요한 차이가 발생한다.
p.268
당시 미국 세법에 따르면 배당금을 포함하는 수입에는 50퍼센트 이상의 세금이 부과된 반면 자본 이득에는 25퍼센트만 부과되었다. 그것도 자본 이득이 실현되었을 때만, 즉 주식을 팔았을 때만 해당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주가 이콘이라면, 배당금보다 자본 이득을 더 선호할 것이다.
p.269
하지만 원금은 건드리지 않고, 그에 따른 소득만 소비하는 것이 신중한 생활 방식이라는 생각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아온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이런 생각은 대공황을 경험한 1985년 무렵에 퇴직한 세대에 특히 만연했다.
p.270
밀러의 논문을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론은 기업이 배당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리고 행동적behavioral 모형이야말로 기업이 배당금을 지급하는 패턴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p.273
행동적 금융 연구가와 효율적 시장 가설 옹호자 사이의 논쟁이 시작되었고, 그 논쟁은 지금까지 30년 동안 이어져오고 있다.
18.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사실은 대단히 중요하다
18. Anomalies
- 경제학을 비껴간 예외적 현상들
p.274
시카고 콘퍼런스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에 제기된 과학 혁명에 대한 토마스 쿤Thomas Kuhn의 이론에서 중요한 점은 많은 전문가가 기존 패러다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예외가 존재한다고 믿을 때 비로소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설명하기 힘든 몇몇 사건만으로는 전통적 지혜를 뒤엎을 수 없다.
p.276
진정한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나는 임시변통적인 설명을 요구하는 다양한 예외를 통합적으로 끌어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런 예외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정리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내 인생의 적절한 시점과 장소에서 찾아왔고, 나는 그 기회를 거머쥘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p.277
"새로운 발견은 예외에 대한 인식으로, 다시 말해 자연은 과학 전반을 장악한 패러다임이 내놓은 예측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깨부순다는 깨달음과 더불어 시작되는 것이다" - 토머스 쿤
p.279
우리는 이 사례에서 두 가지 교훈을 끌어낼 수 있다. 첫째, 사람들에게는 어떤 주장을 반박하는 증거보다 이를 확인해주는 증거를 찾으려는 자연적인 성향이 있다. 이런 성향을 일컬어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 한다. 둘째, 불확실한 가정으로 다양한 반박 증거가 주목받지 못할 때, 확정 편향은 특히 더 두드러진다.
p.282
내 목표는 폭넓은 예외적 현상을 발굴하고, 예외는 항상 실험실에서만 일어난다는 미신을 떨쳐버리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시장 데이터를 활용하는 많은 방법을 포함해 다양한 실증적 연구에 기반을 둔 사례를 제시하고자 했다.
19. 괴짜 집단의 학문에서 주류 경제학으로
19. Forming a Team
- 원탁회의와 러셀 세이지 여름 캠프
p.285
새로운 분야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많은 사람이 나와 함께 즐거움을 나누도록 격려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이런 작업을 위한 실무 지침서는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물론 새로운 분야는 언제나 존재하고 대체로 협력 없이도 이루어지고 있다.
p.289
다양한 분야에 걸친 회의, 특히 차원 높은 안건(빈곤이나 기후변화 해결)을 두고 열리는 회의는 비록 참석자들이 유명 인사라 하더라도 실망스럽게 끝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학자들이 연구에 대해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언제나 구체적인 과학적 성과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p.291
심리학자들이 참여에 실패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합리적인 선택 모형에 대한 애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를 출발점으로 삼는 연구는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둘째, 행동경제학자들이 활용하는 심리학은 심리학자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p.294
페르와 그의 공동 연구원들은 실험실 환경에서 최저 임금보다 더 높은 급여를 지불한 '기업들'이 그들의 '근로자'들에게서 더 많은 기여로 보상받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실험 결과는 애컬로프가 처음 제시한 것처럼 근로계약은 일종의 선물 교환으로 볼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뒷받침해주었다.
p.294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행복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인가? 아니면 질투심을 자극해 더 불행하게 만드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라빈의 설명에 따르자면 상호 관계에 달려 있다. 우리는 친절한 사람에게 친절하고, 인색한 사람에게 인색하다. 앞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사람들이 '조건적 협력자'로 행동하는 모습은 바로 이런 라빈의 모형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20. “대표님, 그렇게 위험한 투자는 하고 싶지 않아요!”
20. Narrow Framing on the Upper East Side
- 멍청한 주인과 위험·손실 회피 성향
p.300
두 사람의 핵심 아이디어는 기업 경영에서 의사 결정은 서로 대항하는, 하지만 반드시 상쇄되지는 않는 두 가지 편향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과감한 예측과 소심한 선택이다. 과감한 에측은 '내적 관점inside view'과 '외적 관점outside view'에 대한 대니의 구분에서 비롯된 것이다.
p.301
프로젝트 팀의 구성원으로서 예측했을 때 그는 내적 관점에 집중했다. 팀의 노력에 따른 낙관주의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기저율base rates', 즉 유사한 프로젝트의 평균 기간에 대해서는 애써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 반면 전문가 입장에서 외적 관점을 취하게 되었을 때, 그는 당연하게도 자신이 아는 다른 프로젝트의 경우를 고려했고, 이를 통해 좀 더 객관적으로 예측했던 것이다.
p.301
적절한 기본 데이터로 신중하게 보완될 때, 외적 관점은 내적 관점보다 훨씬 더 신뢰성이 높다. 문제는 내적 관점은 대단히 자연스럽고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개념을 이해하는 사람은 물론, 그 용어를 처음 만든 사람조차 판단을 내릴 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p.302
대니와 로발로의 이야기에서 '소심한 선택timid choices'은 위험 회피에 기반을 둔다. 조직의 개별 관리자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성과에 대해 종종 손실 회피적인 모습을 보인다. 기업 환경에서 손실 회피라는 자연스러운 성향은 보상과 처벌 시스템에 따라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p.305
실험 목표 중 하나는 의사가 처방한 약을 성실하게 복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의학 용어인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특별히 고통을 완하하거나 뚜렷한 장점이 없는 약품은 많은 환자가 중간에 복용을 중단하곤 한다. 그러나 심장 발작 후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 약과 같은 제품의 효용은 분명하다. 여기에서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개선 작업은 진정한 윈-윈win-win 가능성을 높인다.
p.306
이 사례에서도 편협한 범주화가 모든 조직이 장기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 조건, 즉 실험과 혁신을 가로막고 있었다.
p.306
경제학 관련 저서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런 실패 사례를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개인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대리인을 암묵적으로 '비난'하는 식으로 설명한다. 이런 식의 설명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 많은 경우에서 주범은 대리인이 아니라 주인이다.
p.306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점과 성과가 확정되는 시점에 간격이 있을 때, 주인은 애초의 생각이 훌륭한 아이디어였다는 사실을 좀처럼 기억해내지 못했다.
p.307
여기에서 주인의 잘못된 행동이란 대리인이 기꺼이 합리적인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고, 위험 감수가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해도 처벌받지 않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음을 가리킨다. 나는 이런 문제를 '멍청한 주인dumb principal' 사례라 부른다.
p.309
메라와 프레스콧의 분석이 특별한 이유는, 경제학 이론이 주식 프리미엄equity premium(주식과 단기 국채와 같은 위험이 없는 자산 사이에 나타나는 수익률 차이)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는지 묻는 단계를 넘어, 그 프리미엄이 어느 정도인지까지 물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p.314
하지만 100번의 내기를 거절하는 것이 어리석은 짓이라면, 새뮤얼슨의 논리에 따라 우리는 거꾸로 말해야 할 것이다. 즉 단 한 번의 내기도 거절해서는 안 된다. 베나르치와 나는 이런 현상을 '근시안적 손실 회피myopicloss aversion'라 불렀다. 100번의 내기를 매력적인 기회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전체를 하나의 내기로 봐야 한다.
p.317
이런 결론이 의미하는 사실은 사람들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더 자주 들여다볼수록 위험을 덜 무릅쓰려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주 들여다볼수록 그만큼 많은 손실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p.319
투자 자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특히 젊은 층에게는 주식 쪽으로 크게 치우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뉴스에서 스포츠를 제외한 것은 절대 보지 말라고 당부한다. 십자말풀이는 괜찮지만 금융 관련 프로그램은 금물이다.
p.321
기본적인 경제학은 우리에게 수요 곡선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고 공급 곡선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간다고 말해준다. 이는 곧 수입이 증가할수록 공급되는 노동량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 반대 현상을 볼 수 있다.
p.322
특정한 하루에 얼마나 오래 운전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기사들은 그들의 하루 수입을 개별적인 수입으로 편협하게 생각하는 덫에 빠져들고 만다. 그리고 이로 인해 그들은 한산한 날보다 손님으로 북적이는 날에 더 적게 일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p.322
그리고 모든 경우에서 경력 많은 운전자가 더 합리적으로 행동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노련한 기사들은 벌이가 좋은 날에 오히려 더 오랫동안 택시를 몰았다. 그리고 경험이 없는 기사들은 평균보다 훨씬 더 적게 일했으며, 목표 소득을 세우고 이를 충족시켰을 때 곧장 집으로 향했다. 이런 현상을 편협한 범주화로 연결 짓기 위해 택시 기사들이 하루가 아니라 한 달을 단위로 수입을 평가한다고 해보자.
2022.02.27 ~ 2022.02.27
Ⅵ. 금융 시장과 행동 편향 효과
VI. FINANCE: 1983–2003
21. 주식 투자는 미인 선발 대회와 같다
21. The Beauty Contest
- 효율적 시장 가설과 야성적 충동
p.327
사람들은 금융 시장을 어떤 어리석은 행동이든 시장가격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세상으로 여겼다. 경제학자 대부분은 몇몇 사람이 자신의 돈으로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다른 현명한 사람들이 그들과 반대되는 거래로 가격을 '바로잡을' 것이라 생각했다.
p.328*
효율적 시장가설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지만 개념적으로 서로 다른 두 요소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는 '가격의 합리성(가격은 정당하다The price is right)'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공짜 점심은 없다No free lunch)'에 대한 것이다.
p.329
가격이 '정당하다면' 거품은 절대 존재할 수 없다. 효율적 시장 가설에서 이 명제를 반박할 수 있다면 그건 엄청난 사건이 될 것이다.
p.329
사실 효율적 시장 가설에 관련한 초기 연구는 대부분 두 번째 요소, 즉 내가 '공짜 점심은 없다'라고 부른 원리에 더욱 집중했다. 이 개념의 핵심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공식적으로 가용한 모든 정보가 현재 주식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미래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예측해 수익을 올릴 수 없다는 말이다.
p.330
그는 이 논문을 통해 전문적인 자금 관리자 역시 시장 평균을 넘어서는 서오가를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고, 이 논의는 지금까지도 인정받는다.
p.331
경제학의 다양한 분야가 훨씬 더 일찍 받아들인 최적화와 평형 이론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효율적 시장 가설이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공식적으로 등장했다는 것은 다소 놀라운 일이다.
p.331
경제학의 한 영역으로서 이 분야는 주요한 두 가지 혁신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두 가지 혁신이란 컴퓨터 기술의 보급과 엄청난 데이터의 등장이다.
p.334
그중에서도 케인스는 특히 더 영감이 넘쳤다. 그는 감정 혹은 그의 표현대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이 투자 결정을 포함한 개인의 모든 의사결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p.335
전문적인 투자는 마치 100장이 사진 중 가장 예쁜 얼굴 6장을 골라내야 하는 미인 선발 대회와 같다. 이 시합에서는 참가자 전체의 평균적인 선호에 가장 가까운 사진 조합을 선택한 사람이 우승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회 참가자들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예쁜 얼굴이 아니라 동일한 관점으로 과제를 바라보는 다른 경쟁자들의 호감을 가장 많이 얻을 만한 사진을 골라내야 한다.
p.336
0에서 100까지 숫자 중 이 시합에 참여한 다른 모든 사람이 선택한 수의 평균에서 3분의 2에 최대한 가까운 수를 선택하라.
p.337
또다른 질문이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 내시 균형Nash equilibrium은 무엇인가? 이것은 모든 사람이 선택을 냈을 때 아무도 선택을 바꾸려 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 퍼즐에서 유일한 내시 균형은 0이다.
p.338
동네 술집에서, 그것도 늦은 밤이라면 다른 사람들은 깊이 생각하지 않을 것이므로 여러분은 아마 33정도를 고를 것이다. 반면 게임 이론가들이 모인 콘퍼런스에 참가 했다면 여러분의 선택은 0에 가까울 것이다.
p.339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숫자는 13이었다. ... "파이낸셜 타임스"의 독자들은 이 게임에서 내시 균형이 0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만큼 똑똑했지만, 그 숫자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 의심할 정도로 정보가 부족했다. 문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멍청이 때문에 평균값이 0 이상이 되었을 가능성을 감안해 1을 선택한 사람들도 꽤 있었다.
p.341
많은 투자자가 스스로를 '가치 관리자value manager'라 부른다. 이는 가격이 싼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란 뜻이다. 또 다른 투자자들은 스스로를 '성장 관리자growth manager'라 부른다. 이는 조만간 가격이 오를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p.341
그들은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사고자 한다. 다시 말해 그들이 생각하기에 '다른' 투자자들이 그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이후에' 판단할 만한 주식을 사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른 투자자들 역시 또 다른 투자자들의 '미래' 가치 평가를 바탕으로 게임에 참여한다.
22. 주식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과잉 반응하는가
22. Does the Stock Market Overreact?
- 벤저민 그레이엄의 PER
p.349
그레이엄은 내재적, 장기적 가치 이하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 종목을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가치 투자의 아버지로 인정받는다. 가치 투자의 핵심 기술은 그런 주식을 발견하는 것이다.
p.354
주식의 수익률이나 PER에는 과거가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미래의 가격 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 그것들은 단지 SIF에 불과하다. 평균 회귀 현상에 대한 증거를 발견하려는 시도는 효율적 시장 가설에 대한 명백한 침해를 의미한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는 그 정거를 정말로 발견할 수 있을지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p.354
높은 실적을 낸 주식 그룹을 '승자'로, 저조한 실적을 보여준 그룹을 '패자'로 묶었다. 다음으로 이들 승자와 패자 그룹(예를 들어 가장 높고 가장 낮은 35개 주식)의 향후 실적을 비교해보았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그 두가지 포트폴리오에 대해 별다른 예측을 할 수 없을 것이다.
p.354
효율적 시장 가설에 따를 때 과거는 절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다. 반면 우리가 제시한 과잉 반응 가설이 옳다면 패자 그룹이 승자를 이길 것이다.
p.355
실험 결과는 우리의 가설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우리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과잉 반응에 대한 실험을 했다. ... 포트폴리오 구성을 마친 뒤 5년 동안 패자 그룹은 시장 전체에 비해 약 30퍼센트나 더 좋은 성적을 보여준 반면, 승자 그룹은 약 10퍼센트나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23. 가치주의 높은 수익률,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원본 기술이 그런지, 번역이 문제인지 앞 글들과 달리 집중이 되지 않는 장이다.)
23. The Reaction to Overreaction
- 위험 vs 과잉 반응, CAPM의 사망
p.357
시장을 이기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면, 그것은 효율적 시장 가설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해결책의 난점은 위험 정도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p.358
이제 핵심적인 질문은 이런 것이다. 우리 발견을 효율적 시장 가설을 반박하는 '잘못된 가격 설정mispricing'에 대한 증거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단지 위험 때문이라 설명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평가할 방법이 필요하다.
p.359
당시 주식의 위험을 평가하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방식은 금융경제학자 존 린트너와 윌리엄 샤프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자본 자산 가격 결정 모형Capital Asset Pricing Model, CAPM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CAPM에 따르면 합리적 세상에서 보상을 지급하는 유일한 위험은 주식 수익률이 시장의 나머지와 상호 연관되어 있는 사실이다.
p.360
CAPM에 따를 때 이런 차원에서 특정 주식에 대한 올바른 평가 기준은 시장의 나머지 주식들과의 상호 연관성이며, 이는 곧 '베타'라는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어떤 주식의 베타값이 1.0일 때 그 주식의 가격 변동은 전체 시장과 정비례한다는 말이다. ... 시장 전체와 상관관계가 없을 때 그 주식의 베타값은 0이 된다.
p.361
어떤 기준을 활용하더라도 '가치주'는 '성장주'보다 더 높은 성적을 냈고, 베타값에서 확인할 수 있듯 가치주는 효율적 시장 가설 옹호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덜 위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p.362
파마와 프렌치는 CAPM의 사망을 기꺼이 인정하기는 했지만, 시장의 효율성까지 포기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그들은 대신 오늘날 '파마-프렌치 세 가지 요인 모형Fama-French Three Factor Model'이라 알려진 이론을 내놓았다.
p.363
1960년대 초반에 샤프와 린트너가 CAPM을 개발했을 무렵의 한 가지 요인 모형은 다섯 가지 요인 모형으로 발전했고, 많은 전문가가 여섯 번째 요인인 관성momentum을 추가하고자 했다. ... 그 요인이 다섯 가지든 여섯 가지든, 나는 합리적 세상에서 중요한 유일한 요인인 첫 번째 요인, 즉 이제는 지나가버린 베타라고 생각하며 베타는 죽었다고 믿는다.
24. 지금의 가격은 거품인가, 아닌가 (원본 기술이 그런지, 번역이 문제인지 앞 글들과 달리 의미를 몇 번씩 곱씹어 보게 만드는 장이다.)
24. The Price Is Not Right
- 로버트 실러의 충격적인 연구 결과
p.368
실러는 자신의 논문에 '주식가격은 향후 배당금에서 나타나는 변화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요동치는가Do Stock Prices Move Too Much to Be Justified by Subsequent Changes in Dividends?'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림 12]로 판단하자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실러의 이런 연구 결과는 금융학계를 강타했다.
p.369
1982년 봄, 그가 강연하기 위해 코넬대학교를 찾았을 때 나와 드봉은 그와 함께 캠퍼스를 오랫동안 산책했다. 그때 나는 그에게 지금 우리가 행동주의 관점이라 부르는 시선으로 그의 논문을 바라볼 것을 권했다.
p.369
그로부터 2년 후 행동주의 차원에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 '주식가격과 사회적 역동성Stock Prices and Social Dynamics'에서 실러는 사회현상이 패션 시장의 흐름과 마찬가지로 주식가격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25. 폐쇄형 펀드에 관한 네 가지 퍼즐
25. The Battle of Closed-End Funds
- 일물일가의 법칙과 펀드 가격의 충돌
p.376
로버트 실러의 연구 결과는 효율적 시장 가설 중 '가격은 정당하다'라는 부분에 상처를 주었지만 치명적인 공격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 방법론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p.377
가격이 '정당한지' 검증하기 위한 접근 방식은, 효율적 시장 가설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인 '일물일가一物一價의 법칙'을 활용하는 것이다. 일물일가의 법칙이란 효율적 시장에서 하나의 자산은 서로 다른 두 가격으로 동시에 판매될 수 없다는 것이다. ... 일물일가의 법칙에 대한 침해는 효율적 시장 가설의 핵심 교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p.378
우리에게 더 익숙한 '개방형opened' 편드의 경우 투자자들은 언제든 쉽게 돈을 펀드에 집어넣거나 뺄 수 있고, 모든 거래는 펀드의 기반이 되는 자산 가치, 즉 소위 순자산 가치Net Asset Value, NAV에 따라 결정되는 가격으로 이루어진다.
p.378
그에 반해 폐쇄형Closed-end fund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 펀드 매니저들은 초기에 특정 액수의 자금을 모으고 그걸로 끝이다. 추가로 투자 자금을 끌어들이지 않으며 향후 인출도 불가능하다. 폐쇄형 펀드의 지분은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자신의 지분을 팔고자 한다면 투자자는 펀드의 시장가격에 따라 거래하게 된다.
p.379
폐쇄형 펀드의 시장가격은 세 가지 항목, 즉 펀드의 시장가격, NAV, 이 두 가격의 백분율의 차이를 의미하는 할인, 혹은 프리미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사실은 시장가격이 NAV와 다른 경우가 종종 발생함을 말해준다. 일반적으로 NAV보다 10~20퍼센트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지만, 때로 프리미엄을 받고 거래되기도 한다. 이런 사실은 일물일가의 법칙을 명백하게 침해한다.
p.381
우리는 이들 펀드와 관련한 퍼즐이 네 가지가 있음을 지적했다. ... 첫 번째 퍼즐은 이런 것이다. 6개월 만에 100달러에서 90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을 왜 107달러나 주고 사는가? 이런 패턴에 대해 벤저민 그레이엄은 폐쇄형 펀드를 "주주들의 관성과 우둔함에 대한 값비싼 기념비다"라고 언급했다.
p.382
두 번째 퍼즐은 앞서 언급했던 할인과 프리미엄의 존재에 대한 것이다. 그 펀드는 왜 보유 가치와 다른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가? 다음으로 세 번째 퍼즐은 할인(그리고 프리미엄)의 형태가 시점과 펀드에 걸쳐 대단히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할인에 대해 간단한 설명만으로 그냥 넘어갈 수 없도록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현상이다.
p.382
마지막으로 네 번째 퍼즐은, 폐쇄형 펀드가 크게 할인되어 판매되는 시점에서 종종 주주들의 압력에 의해 그 형태가 개방형 펀드로 변할 때 가격이 NAV로 수렴하는 현상이다. ... 전체적으로 이 네 가지 퍼즐은 효율적 시장에 대한 수수께끼를 이룬다.
p.383
우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희망적일 때 폐쇄형 펀드의 할인은 줄어들고, 반대로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할인은 더 커질 것이라 예측했다. 이런 접근 방식은 실러가 언급한 사회적 역동성의 정신에 뚜렷하게 드러나며, 투자 심리investor sentiment는 분명하게도 '야성적 충동'의 한 사례다.
p.383
이제 '투자 심리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개인투자자는 기관 투자자에 비해 중소기업 주식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했다. 기관 투자자는 이런 주식이 거대 투자자가 요구하는 유동성을 충족할 만큼 충분히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중소기업 주식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뮤추얼 펀드 같은 기관은 그들의 고객이 수수료를 이중으로 지불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폐쇄형 펀드나 또 다른 뮤추얼 펀드의 지분을 사지 않는다. 그래서 개별 투자자의 투자 심리가 다양하다면, 우리는 폐쇄형 펀드에서, 그리고 중소기업 대 대기업의 상대적인 성과에서 모두 드러날 것이라 생각했다.
p.384
그리고 우리는 정확하게 그런 생각을 사실로 확인했다. 폐쇄형 펀드의 평균적인 할인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주식에서 수익률 차이와 상호 연관이 있었다. 할인율이 높을수록 두 유형의 주식 사이 수익률 차이는 더 크게 나타났다.
p.384
우리 논문은 몇몇 학자의 기분을 상하게 했고, 특히 연배가 많은 슐라이퍼의 동료이자 노벨상을 수상한 시카고대학교의 금융경제학자 머턴 밀러를 격노케 했다.
p.386
밀러 덕분에 금융경제학자 수백명이 이 논문을 읽었다는 점에서, 그는 오히려 우리에게 큰 호의를 베푼 셈이 되었다. 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저널 오브 파이낸스'의 많은 독자가 폐쇄형 뮤추얼 펀드를 다룬 이 논문은 그렇게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26. 시장은 덧셈과 뺄셈을 할 줄 아는가
26. Fruit Flies, Icebergs, and Negative Stock Prices
- 팜-스리콤 주식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p.388
스리콤3Com의 핵심 사업은 이더넷 기술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킹 컴퓨터였다. 당시 스리콤은 '팜파일럿Palm Pilot'이라는 최첨단 휴대용 컴퓨터를 개발한 기업인 팜Pham을 인수한 상태였다. ... 스리콤 경영진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계획에 착수했는데, 그것은 바로 팜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었다.
p.389
하지만 효율적 시장 옹호자들은 스리콤의 이런 시도에 틀림없이 회의적이었을 것이다. 이콘으로만 이루어진 시장에서 스리콤 전체의 가치는 팜의 가치, 그리고 스리콤의 나머지 조직의 가치를 합한 것과 같으며 팜을 전체 조직에서 분리하는 시도가 기업의 전체 가치에 어떤 영향도 미쳐서는 안 된다.
p.395
라몽과 나는 팜-스리콤 이야기를 주제로 '시장은 덧셈과 뺄셈을 할 줄 아는가Can the Market Add and Subtract?'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논문을 썻고, 이를 시카고대학교에서 열린 금융 워크숍에서 발표했다. 워크숍이 끝나갈 무렵 유진 파마는 ... 이들이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금융 자산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현상들은 효율적 시장 가설과 모순을 이루고 있지만 우려할 정도로 규모가 큰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p.396
이 같은 사례들에 대해 나는 우리가 시장가격의 실패라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만 본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파마는 우리가 본 게 빙산의 전부라고 한 것이다. 이런 사례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처럼 투명하게 드러나는 사례 속에서 일물일가의 법칙이 무너지고 있다면 우리는 가격 불일치 현상이 시장 전반에 걸쳐 일어나리라고 확신할 수 있다.
p.397
우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가에 관련된 '규범적' 기준으로서 효율적 시장 가설은 대단히 유용하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겠다. ... 어떤 주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출발점이 필요하고, 여기서 효율적 시장 가설은 우리에게 주어진 최고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자산 시장에 대한 '기술적' 모형으로서 효율적 시장 가설에 대한 내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p.399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가격은 종종 오류를 범하고 때로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게다가 가격이 기본 가치를 큰 폭으로 벗어날 때 자원 분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택 가격이 전국적으로 급등한 미국의 경우 특정 지역에서는 특히 높은 주택 가격 상승률과 역사적인 수준의 가격 대 임대 비율 현상이 나타났다. 주택 소유자와 대출 기관이 모두 이콘이었다면 그들은 이를 경고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조만간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임을 예측했을 것이다.
p.400
그러나 실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의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가 가장 낙관적으로 나타났다. 평균 회귀를 내다보는 대신, 사람들은 그런 상승세가 영원히 지속될 듯 여긴 것이다.
2022.02.27 ~ 2022.02.28
Ⅶ. 인간만큼 흥미로운 존재는 없다
VII. WELCOME TO CHICAGO: 1995–PRESENT
27. 법경제학 콘퍼런스와 시카고의 반역자들
27. Law Schooling
- 코즈 정리와 개입주의
p.405
우리의 기본적인 목적은 최근 행동경제학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발견을 수용하기 위해 법경제학law and economics 분야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논의하는 것이다. 법 경제학 분야의 전통적인 접근 방식은 전적으로 이콘 모형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이 분야의 많은 두꺼운 논문은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시장이 스스로 힘을 발휘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p.405
이를 위해 나는 그 핵심 요소, 즉 제한된 합리성, 제한된 의지력, 제한된 이기심을 일컫는 교수법적 도구인 '세 가지 한계three bounds'를 사용하기로 했다. 법경제학 분야에서는 그때까지도 이런 인간의 특성이 전적으로 무제한적인 것으로 가정했다.
p.407
출판을 위해 원고를 가다듬는 동안 나는 법학 세계에서 논문을 발표하는 절차는 경제학 세계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경제학 세계에서는 한 번에 하나의 학술지에만 논문을 제출해야 했다. 거절당하고 난 뒤에야 다른 곳에 보낼 수 있었다. 반면 법학 세계에서는 한꺼번에 여러 학술지에 보내는 것을 용인했다.
p.409
일반적인 법경제학은 사람들이 올바른 믿음을 갖고 있고 합리적으로 선택한다고 가정한다.
p.409
일반적으로 주차 딱지는 자동차 전면 유리 아래 와이퍼에 끼워놓는다. 그러나 시카고 경찰은 밝은 오렌지색 종이에 인쇄한 주차 딱지를 운전자 옆자리 창문에 접착 물질로 붙이는 방법을 썻다. 그렇게 하면 행인들은 그 딱지의 정체를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추가 비용은 거의 없이, 다만 딱지의 정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높임으로써 불법 주차를 하려는 사람들의 시도를 억제한다는 점에서 이 새로운 정책은 행동적 관점에 기반을 둔 현명한 선택이라고 언급했다.
p.410
하지만 법경제학에서 지혜를 얻은 일부 학자는 사람들이 특정 범죄를 저지르다가 붙잡힐 가능성 등과 관련해 올바른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익과 손실을 따져봄으로써 불법 주차에서 은행털이에 이르기까지 범죄를 저지를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믿는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p.410
그의 생각에 따를 때 인간이 매몰 비용에 신경 쓰도록 진화했다면, 혹은 최후통첩 게임에서 부당한 제안을 거부하도록 진화했다면, 그런 행동은 어떤 점에서 분명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이다.
p.411
행동경제학의 핵심은 표준적인 합리적 모형과 상충되는 예외적인 행동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일이다. 사람들이 매몰비용에 신경 쓴다고 설명하기 위해 기존 모형을 수정하지 않는 한, 그 모형은 계속 엉뚱한 예측을 할 것이다.
p.411
이번 논쟁의 최대의 쟁점은 코즈 정리Coase theorem 개념에 대한 것이었다. ... 개래 비용이 없는 환경에서, 즉 사람들이 서로 쉽게 거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원은 언제나 가장 가치 있게 활용되는 쪽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p.413
이런 결과가 법학 분야에서 중요한 이유는 이렇다. 판사들은 주로 특정한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 결정하지만, 코즈 정리에 따를 때 거래 비용이 낮다면 판사의 결정은 어떤 경제활동이 일어날 것인지와 관련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다만 누가 지불해야 하는지만 결정할 뿐이다. 이런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논문 '사회적 비용의 문제The Problem of Social Cost'는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많이 인용된 경제학 저작이다.
p.416
학생들에게 머그잔을 나누어주었을 때 머그잔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끝까지 이를 갖고 있어야 하며, 우리가 무작위로 나누어주었기 때문에 절반가량이 거래되어야 한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거래 규모가 절반에 훨씬 못 미쳤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예측한 방향으로 자원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소유 효과 때문이었다.
p.417
다실 말해 코즈 정리는 현금으로 환전 가능한 토큰 거래 같은 이론적인 상황에서는 제대로 예측했지만, 머그잔 같은 실제 물건을 거래하는 현실 상황에서는 기능하지 못했던 것이다. 법경제학 콘퍼런스에서 코즈 정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은 일종의 반역 행위였다.
p.418
"소유 효과 자체를 거래 비용으로 볼 수는 없을까요?" 나는 그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거래 비용이란 말 그대로 거래 과정에 필요한 '비용'을 뜻한다. 즉 거래를 하려는 '욕망'과는 무관하다. 우리가 사람들의 취향을 임의적으로 '비용'이라고 이름 붙여 행동 이론이 일반 이론과 조화를 이루게 보이도록 만든다면, 그런 행동 이론은 검증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아무 의미도 내포하지 못할 것이다.
p.422
대단히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제안을 받을 때 사람들은 분노하고,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상대방을 처벌하고자 한다. 이것이 바로 최후통첩 게임의 핵심적인 교훈이다. ... 법적인 소송 이후 일반적으로 당사자들은 서로에 대해 더욱 분노를 느끼는데, 특히 소송에서 패한 경우는 더 그렇다. 코즈 정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패한 쪽이 소송으로 잃은 재산권에 자신이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면 그 권리를 되찾기 위해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해야 할 것이다.
p.422
시카고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자유주의를 향한 믿음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적인 원리는 바로 '소비자 주권consumer sovereignty'이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사람들은 항상 올바른 선택을 내리고, 다른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보다 더 좋은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다는 생각을 말한다.
p.423
우리 논문에서는 '행동적 관료주의자behavioral bureaucrat'를 주제로 한 더 긴 논의가 이어졌다. 선스타인과 나는 정부 관료주의자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는 경우 그는 개인적 편향에 취약한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28. 똑똑한 경제학자들이 저지른 멍청한 행동
28. The Offices
- 시카고대 교수들의 연구실 고르기 대소동
p.426
아무런 문제없이 진행될 것처럼 보였지만, 연구실을 고를 순서를 정하는 방법이라는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나이가 확실한 기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시카고대학교에는 "교수의 가치는 마지막으로 쓴 논문에 달렸다"라는 유명한 속담이 있었다. 나이는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했다. 추첨 또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구실 위치는 그냥 운에 맡기기에는 지나치게 중요한 문제였다.
p.427
하위징아는 오랜 고민 끝에 몇 개의 범주(통계학에서 쓰는 용어인 '상자bin')를 만들었다. 하위징아는 그 상자의 개수와 어떤 교수가 각각의 상자에 들어가는지 결정한다. 하지만 '각각의 상자 안에서' 순서는 무작위 추첨으로 정해진다. 하위징아는 상자의 개수는 발표하지 않았고 지금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중에 드러났듯, 이 때문에 투명성이 위축되었다.
p.433
이 건물을 방문했던 사람들은 각각의 연구실 면적이 차이 난다는 사실을 거의 알아채지 못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스프레드시트상에 기재된 치수에만 주목할 때, 그런 요인들은 얼마든지 과장될 수 있다. 어떤 수치든 사람들은 거기에 신경쓰기 마련이다.
p.434
역시 다 끝나고 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선택 절차가 좀 더 투명했더라면 명백한 서열 세우기에 따른 동요가 그렇게 노골적으로 표면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가령 상자 수를 공개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었다. 적어도 클라이드 같은 사람들은 자신이 고의로 후순위로 밀려난 것이 아닐까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29. 인재를 데려오는 가장 경제학적인 전략은?
29. Football
- 베커의 추측과 NFL 팀들의 드래프트 시스템
p.436
"(제한된 합리성에 의해 촉발된) 모든 효과를 제거하지 않는다면 분업은 크게 희석될 것입니다. 90퍼센트의 사람들이 확률 계산에 필요한 복잡한 분석 작업을 하지 못한다 해도 그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10퍼센트가 그런 능력을 요구하는 일자리를 차지할 테니까요." 이번 장에서는 이런 베커Gary Becker의 추측을 검증하고자 한다.
p.437
1년에 한번, 봄이 끝나갈 무렵 NFL 팀들은 전도유망한 선수를 선택한다. 후보자 대부분은 대학 리그에서 선수로 뛰면서 NFL 스카우트 담당자나 감독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준다. 각 팀은 전년 성적을 바탕으로 차례로 선수를 지명한다. 전년에 꼴찌를 한 팀이 가장 먼저 선택하고, 우승을 차지한 팀이 맨 마지막 순서를 차지한다. 드래프트 과정은 그렇게 총 일곱 번의 라운드로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각 팀은 모두 일곱 번 '지명pick'하게 된다. 물론 여기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다양한 이유에 의해 추가 지명의 기회가 있다. 일반적으로 4~5년에 해당하는 초기 계약 기간에 선수들은 자신을 지명한 팀에서만 뛰어야 한다. 그 기간이 끝나거나 팀에서 방출되면 선수들은 자유계약 선수 자격을 얻고, 그러면 자신이 원하는 팀과 계약을 맺을 수 있다.
p.438
NFL 드래프트 시스템의 고유한 특징은 모든 팀이 자신이 보유한 지명권을 사고팔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네 번째 지명권을 넘겨주고 그 대가로 그보다 후순위 지명권 2개를 얻을 수 있다. 각각의 팀이 지명권을 얼마나 가치 있게 평가하는지 측정하기에 충분할 만큼 거래 사례는 매우 많았다(우리 연구에서는 400건 이상을 다루었다). 게다가 올해의 지명권과 향후 몇 년 동안의 지명권을 거래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는 이를 통해 NFL 팀의 시간 선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
p.439
세인츠의 트레이드는 우리가 예상한 극단적인 행동 사례, 즉 앞선 지명권에 대한 과대평가를 드러내는 사례 중 하나일 뿐이었다. 심리학에서 나온 의사 결정에 관련한 다섯 가지 발견은 앞선 지명권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우리 가설을 뒷받침해준다.
p.439
1. 자만심
그들은 선수들의 능력 차이를 구분하는 자신의 능력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p.440
2. 극단적인 예상
유망주를 발굴하는 업무(스카우트)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어떤 선수가 반드시 슈퍼스타로 성공할 것이라고 지나치게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
3. 승자의 저주
많은 입찰자가 한 가지 물건을 놓고 경쟁을 벌일 때, 종종 그 물건을 가장 과대평가하는 사람에게 낙찰되곤 한다. ... 승자의 저주는 이런 선수가 우수한 성적을 낸다 하더라도 그들을 선택한 팀의 기대에 부응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4. 허위 합의 효과false consensus effect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 역시 취향이 자신과 비슷할 것이라고 믿는다. ... 드래프트 과정에서도 어떤 팀이 특정 선수와 사랑에 빠질 때, 그들은 다른 팀들 역시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생각한다고 '확신'한다.
p.441
5. 현재 편향
구단주와 감독, 코치 모두 '지금'의 승리를 원한다. ...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올해의 우승이다.
p.441
그래서 우리의 기본적인 가설은 조기 선택이 과대평가되었으며 이 말은 드래프트 시장이 효율적인 시장 가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p.443
그는 다만 과거 트레이드 기록을 바탕으로 팀들이 적용한 가치를 정리하고자 했다. 우리는 이 차트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목적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효율적 시장 가설에서 말하듯, 이 차트가 제시하는 가격이 과연 '정당한'지 묻는 것이었다. 합리적인 팀은 앞선 지명권을 얻기 위해 그렇게 많은 후순위 지명권을 마땅히 포기해야 했을까?
p.443
NFL 리그는 '팀 연봉 상한제salary cap'를 실시하고 있다. 즉 한 팀이 선수 몸값으로 지출하는 금액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다른 많은 스포츠 분야와 비교할 때, 이는 굉장히 이례적인 경우다. 가령 메이저리그 야구나 유럽 축구의 경우 돈 많은 구단주는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하기 위해 얼마든 돈을 쏟아부을 수 있다. .. 이런 강제적인 예산 제도하에서 NFL 팀들은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비용보다 더 가치 있는 선수를 발굴해야 한다.
p.450
트레이드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두 곡선은 동일한 형태여야 한다. 그리고 드래프트 지명의 가치 곡선은 그 지명권을 행사함으로써 팀이 얻을 수 있는 잉여가치를 정확히 예측해야 한다. 다시 말해 첫 번째 지명권은 가장 높은 잉여가치로, 그리고 두 번째 지명권은 그다음으로 높은 잉여가치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p.451
지금까지 얻은 우리의 연구 결과는 NFL 팀에 간단한 두 가지 조언을 제시한다. 첫째, 비싼 것을 내주고 싼 것을 취하라. 첫 번째 라운드에서 선순위 지명권을 포기하고 드래프트에서 이후의 추가적인 지명권, 특히 두 번째 라운드 지명권을 얻자. 둘째, 드래프트 지명권의 은행이 되자. 즉 올해 지명권을 빌려주고 더 좋은 내년 지명권을 얻자.
p.458
NFL 팀이 드래프트 과정에서 최적화된 선택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은 '주인-대리인 문제'를 '멍청한 주인 문제'라고 바꿔 부를 만한 상황에 해당한다. 어떤 경제학자가 선순위 지명권을 사들이는 전략에 대해 '그것은 단지 대리인 문제다'라고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감독이나 코치가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으며, 해고를 면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p.460
물론 감독 역시 인간이다. 그들은 기존 방식 그대로 움직이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 나중에 구단주에게 질책받을 위험이 낮기 때문이다. 케인스가 지적했듯 전통적인 지혜를 따르면 해고될 위험이 없다.
p.461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주장은 조직의 사다리를 올라가면서 점점 더 설득력을 잃는다. 경제학자들은 적어도 경제학적 사고에 대단히 능하지만 학과장으로 뽑히면 종종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일을 엉망으로 처리한다. 이는 곧 사람들은 무능함의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게 된다는 그 유명한 '피터의 법칙Peter principle'을 말한다.
p.462
하지만 의사결정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다른 사람들이 수행한 정량 분석에 의존하는 비중이 오히려 점점 더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우승 가능성이나 기업의 미래가 불투명할 때, 최고 책임자는 자신의 육감에 더 의존하곤 한다.
p.462
그러나 프로 팀의 행동 방식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갈수록 우리는 조직 내 구성원이 수익을 극대화하고, 경기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을 추구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았다. 특히 그 전략이 전통적인 지혜를 거스르는 것일 때 더욱 그렇다. 필수 요건은 소유주부터 시작해 최고 경영진이 먼저 분명하게 인식하고, 조직에서 일하는 모든 구성원이 현명하면서도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도전할 때, 그리고 (특히!) 실패했을 때도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30. 엄청난 거액이 오갈 때 인간은 합리적인가, 행동 편향적인가
30. Game Shows
- 500만 유로 게임과 경로 의존성
p.467
네덜란드에서 그 프로그램은 '백만장자 되기'라는 뜻의 '밀유넨야흐트Miljoenenjacht'이고 영어권에는 '딜 오어 노 딜Deal or No Deal'로 알려졌다. 게임규칙은 모든 버전에서 전반적으로 유사하지만, 여기에서는 원래 버전인 네덜란드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설명하겠다.
게임 참가자는 0.01 유로에서 500만 유로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금액을 대형 화면으로 확인한다.
다음으로 각각의 금액이 적힌 카드가 26개의 서류 가방에 들어 있다. 참가자는 가방을 열어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중 하나를 선택하고, 원한다면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그 가방을 그대로 갖고 있다가 카드에 적힌 금액만큼 상금을 얻을 수 있다.
이제 참가자는 6개의 가방을 열어 그 금액을 공개하게 된다. 공개된 가방의 금액에 해당하는 선택권은 사라진다.
이제 참가자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그는 화면 맨 위에 보이는 '뱅크 오퍼bank offer'라는 정해진 금액을 받을 수도 있고, 게임을 계속 진행해 더 많은 가방을 열어볼 수도 있다.
게임을 계속하기로 선택한 경우('노 딜'), 그는 라운드마다 추가로 가방을 열어봐야 한다.
게임 전체에 걸쳐 총 9라운드까지 진행되며, 이후 계속 이어지는 라운드마다 참가자가 열어야 하는 가방의 개수는 5, 4, 3, 2, 1, 1, 1, 1이다.
뱅크 오퍼의 금액은 화면에 아직 남은 상금과 게임의 라운드에 따라 달라진다. ... 남아 있는 상금의 기댓값에서 아주 작은 일부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기댓값'이란 남은 상금의 평균을 말한다. ... 라운드가 진행되면서 기댓값과 같아지거나 이를 넘어설 수 있다.
p.469
게임이 진행되면서 뱅크 오퍼가 기댓값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참가자에게 게임을 계속해야 할 중요한 동기를 부여하지만, 그 과정에서 참가자는 운이 없게도 높은 금액의 가방을 열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거액이 든 가방을 열었을 때 기댓값은 크게 떨어지고 그에 따라 뱅크 오퍼도 폭락한다.
p.469
그 논문에서 우리의 주요 목표는, 이처럼 거액이 걸린 상황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내리는 의사 결정 사례를 바탕으로 일반 기대 효용 이론을 전망 이론과 비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e'의 역할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게임 진행 방식은 사람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가? 경제학 이론은 그럴 리 없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참가자들이 직면한 선택이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운이나 불운이 아니라고 말한다. 즉 경로는 SIF다.
p.472
프랭크와 주잔의 의사 결정 사례는 우리 논문의 좀 더 공식적인 발견을 잘 보여주는데, 이는 경로 의존성의 존재를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참가자들은 그들이 직면한 내기에 대해서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익과 손실에 대해서도 반응했다.
p.474
당시 엔데몰은 또 다른 게임 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그 에피소드들 역시 행동주의 접근 방식의 분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의 이름은 하고많은 것 중 '골든 볼즈Golden Balls'였다.
p.478
"저는 훔치기를 선택할 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도 그런 나쁜 사람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이런 이야기는 게임 이론가들이 말하는 일종의 '빈말cheap talk'이다. 거짓말에 대해 처벌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모두 선하게 행동하겠다고 약속한다.
p.478
사람들은 적극적인 형태가 아니라 소극적인 형태의 거짓말을 더 많이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여러분에게 중고차를 판매한다면 그 자동차가 기름을 많이 먹는다고 굳이 언급해야 할 의무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이 "이 차는 연비가 낮은가요?"라고 구체적으로 물어본다면 나는 그와 관련된 사소한 문제가 있다고 인정할 것이다. 진실을 알고 싶다면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2022.03.01 ~ 2022.03.01
Ⅷ. 행동경제학, 세상을 바꾸다
VIII. HELPING OUT: 2004–PRESENT
31. 저절로 저축률이 오르는 디폴트 옵션의 힘
31. Save More Tomorrow
- 자기통제 연구와 퇴직연금
p.506
국민에게 사회보장제도 가입을 강제하거나 술 혹은 마약을 금지하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개입주의에는 반드시 강요가 뒤따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점진적 저축 증대는 분명히 자발적인 프로그램이다. ...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만."
32.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와 선택 설계
32. Going Public
- 넛지가 제안하는 공공 정책들
p.507
"철저히 합리적인 사람들에게 피해를 거의, 혹은 전혀 주지 않는 상태에서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 규제는 비대칭적인 개입주의Asymmetric Paternalism라 할 수 있다."
p.509
우리가 '개입주의'라고 할 때 그 의미는 사람들이 그들 자신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누군가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가는 방법을 묻고 여러분이 그 정확한 방향을 알려주었다면, 여러분은 이미 우리가 내린 정의에서 개입주의자로 행동하는 셈이다. 그리고 '자유주의적'이라는 용어는 이런 방식으로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선택권을 제약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형용사로 사용한다.
p.510
물론 우리가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라는 용어를 좋아하고 그 개념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제시할 수 있다 하더라도, 책 제목으로는 별로 적당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책의 출판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하던 한 편집자가 '넛지'라는 단어에 우리가 의도하는 바가 잘 담겨 있는 것 같다고 제안했을 때, 그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었다.
p.511
사람들은 이콘(이 말은 전작 '넛지'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실수를 저지른다. 만약 이런 실수를 예측할 수 있다면 실수하는 횟수를 낮춰줄 정책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p.513
소변기의 파리 그림은 내게 완벽한 넛지 사례였다. 넛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속 사소한 특성을 말한다. 넛지는 인간에게 효과적인 도구지만 이콘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이콘은 이미 올바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p.513
우리가 정말로 원한 것은 효과적인 넛지를 고안하기 위한 일종의 구성 원리organizing priciple를 밝혀내는 것임을 말해주었다. 돈 노먼Don Norman의 고전 "일상적인 모든 것들의 디자인The Design of Everyday Things"을 다시 꺼내 읽었을 때, 나는 우리가 모색하던 구성 원리를 찾기 위한 돌파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p.514
이와 관련해 대부분의 국가는 옵트 인 정책을 취하고 있으며, 이런 환경에서 사람들은 장기 기증자 목록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 위해 특정 양식지를 작성하는 등 적극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스페인 같은 일부 유럽 국가들은 '승인 추정presumed consent' 등의 옵트 아웃 전략을 실행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명시적으로 옵트 아웃 옵션을 선택하고 자신의 이름을 '비기증자' 명단에 적극적으로 올리지 않는 한, 잠재적인 장기 기증자임을 승낙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뜻이다.
33. 오늘 넛지를 경험하셨나요?
33. Nudging in the U.K.
- 세계 곳곳에 부는 넛지 열풍
p.524
나는 새로운 팀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를 놓고 힐턴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스티브는 '행동 변화behavior change'라는 단어를 넣자고 주장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적절한 의미를 담는 것 같지 않았다. 나는 핼펀과 마찬가지로 '행동 연구 팀Behavioral Insight Team, BIT'이란 이름을 주장했고, 결국 그 이름으로 결정되었다.
p.526
치알디니Robert Cialdini가 그의 고전 "설득의 심리학Influence"에서 제시한 일반적인 제안, 즉 사람들이 규범이나 법률을 잘 따르도록 만들고자 한다면 그들에게 대부분의 사람이 이를 준수하고 있다는 사실(그것이 진실일 경우)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전략을 바탕으로 예비 실험을 실시했다.
p.529
모든 문구가 도움이 되었지만 가장 효과적인 메시지는 두 가지 정보, 즉 대부분의 사람이 기한 안에 납부했고, 당신은 그 집단에 속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조합한 것이었다.
p.530
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나는 특히 두 가지 사항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했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이를 '팀 주문team mantra'이라 불렀다.
1. "사람들이 무엇을 하도록 유도하려면 이를 쉽게 만들어야 한다." ... 심리학자 커트 르윈Kurt Lewin은 사람들이 행동을 바꾸도록 만드는 첫 번째 단계를 '해빙unfreezing'이라 정의했다.
2. "증거에 기반을 둔 정책을 증거 없이 실시할 수는 없다." ... 중요한 혁신적인 측면은 모든 방안은 먼저 검증이 이루어져야 하고, 가능하다면 의료 분야에서 종종 사용되는 무작위 대조 실험Radomized Control Trial, RCT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p.541
이 연구 보고서에서 저자들이 사용하는 기술을 설명하기 위해 '행동과학'이라는 용어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BIT의 사업은 주로 행동경제학에 기반한다는 오해를 받아왔지만, 사실 지금까지도 경제학과 관련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BIT의 도구와 통찰력은 주로 심리학과 다른 사회과학 분야에서 비롯된 것이다. BIT를 뒷받침하는 핵심 내용은 다양한 사회과학의 연구 성과를 활용함으로써 경제학자들이 제시하는 일반적인 조언을 확장하는 것이다.
2022.03.01 ~ 2022.03.01
나오며 | 행동경제학의 다음 행보는
Conclusion: What Is Next?
p.543
내 연구실 칠판에 '목록'을 처음으로 쓰기 시작한 이후 4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행동경제학은 더 이상 부수적인 학문이 아니며, 적어도 50세 이하의 경제학자 중 대부분은 사람들이 인간(이콘이 아닌)으로서의 행동을 보여주는 경제학에 관련된 논문을 쓰는 일을 더 이상 잘못된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p.544
여기에서는 다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행동경제학 분야에서 일어날 진보와 관련해 짧은 소망 목록을 제시하고 싶다.
p.544
놀랍게도, 경제학에 대한 행동주의적 접근 방식은 금융 분야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 경제학자들은 금융 시장이야말로 모든 시장 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시장이며, 차익 거래가 가장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이 가장 적게 나타날 것이라고 보이는 분야라고 굳게 믿었다.
p.545
유진 파마는 서로 모순된 입장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종종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우리는 사실에 동의한다. 다만 해석에는 동의할 수 없다."
p.546
경제학 이론의 대부분은 경험적인 관찰로부터 비롯되지 않았다. 그 대신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관찰할 수 있는 현상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와는 상관없는 '합리적 선택'이라는 전제로부터 비롯되었다.
p.547
지금까지 행동적 접근 방식이 가장 적은 영향을 미쳤던 분야, 즉 거시경제학이다. 화폐 정책이나 재정 정책 같은 빅 픽처big picture 사안은 국가의 복지에 대단히 중요하며, 이런 정책들은 현명하게 선택하는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p.548
좌파 진영 학자들은 미국 정부가 높은 실업률과 낮은(혹은 마이너스) 이자율의 조합을 활용함으로써 사회 제반 시설에 대한 투자에 착수해야 한다는 케이스주의 입장을 취한다. 반면 우파 학자들은 그런 투자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것임을 우려하면서, 국가 부채를 늘리는 것은 자칫 예산 적자나 인플레이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감세를 통해 경제성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케인스주의자들은 공공 분야의 지출을 통해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믿었다. ... 하지만 무작위 대조 실험을 실행하겠다고 다양한 선택을 하도록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이를 둘러싼 논의는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다.
p.550
보다 철처한 행동 분석을 요구하는 또 하나의 빅 픽처 사안은 창업(특히 성공 가능성이 높은 비즈니스의 창업)을 독려하는 최고의 방법에 관한 것이다. 우파 경제학자들은 성장 가동의 핵심 요인으로 고소득 수입자들에 대한 한계 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좌파 경제학자들은 그들이 장려하고자 하는 산업(친환경 에너지 분야 등)을 위해, 혹은 창업과 성공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정보 기관인 중소기업청Small Business Administration이 제공하는 대출 확대를 위해 집중적인 보조금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 창업이 실패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기업가들이 떠안아야 할 '치명적인' 위험을 덜어주는 방안에 대해서 경제학자들은 지나치게 말을 아끼고 있다.
p.552
거시경제학을 내 희망 목록의 맨 위에 놓아두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모든 경제학 분야는 인간의 존재에 더욱 집중함으로써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다. 금융 분야와 더불어 향후 개발경제학development economics 역시 행동경제학자들이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로 떠오를 것이다.
p.553
오늘날 전망 이론은 게임 프로그램 참가자들로부터 프로 골퍼 및 주식 시장 투자자들의 행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반복적이고 엄격한 방식으로 검증을 거치고 있다. 니컬러스 바버리스, 데이비드 레입슨, 매슈 라빈(굳이 3명만 꼽자면) 등 행동 경제학의 차세대 주자 역시 사실에서 출발해서 이론으로 넘어가고 있다.
p.553
경제학자들의 현장 실험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영역에서 교육 분야를 빼놓을 수 없다. 경제학자들은 아이들의 학습 능력을 극대화하는 이론은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p.554
실험자들은 한 학교의 학부모 절반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수학 시험을 치르기 5일 전, 3일 전, 하루 전에 시험에 관한 일정을 문자메시지로 발송했다. ... 이런 '사전 공지preinforming' 프로그램은 학교 수업을 추가적으로 한 달 실시한 경우와 맞먹을 정도로 학생들의 수학 성적을 높여주었다. 특히 하위 25퍼센트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이를 통해 가장 큰 도움을 받았다.
p.556
행동경제학을 구축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동안, 나는 적절한 주의와 더불어 다양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근본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그중 세 가지만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p.556
첫째, '관찰 하기'다.
"저기 인간들이 있다. 주위를 둘러보라." 과거의 지혜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을 때, 이를 뒤집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여러분 주변의 세상을 둘러보는 것이다. 여러분이 바라는 세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둘러보자.
p.557
둘째, '데이터를 수집하자."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뭔가를 모르고 있어서가 아니다. 너무나 확실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예측의 전과를 살펴보는 수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쉽게 자만한다. 그리고 치명적인 확증 편향의 희생자가 되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즉 스스로 만들어놓은 가설에 부합하는 증거만 받아들인다. 이런 위험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체계적인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다. 특히 스스로 틀렸음을 증명해주는 데이터들에 주목해야 한다.
p.558
셋째, '목소리 높이기'다.
조직 내 누군가가 상상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다면 조직적 차원에서 드러나는 많은 실수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 하지만 목소리를 높이는 등의 다양한 시도가 해고의 가능성을 높이는 상황이라면 그런 위험을 떠안으라고 마냥 용기를 불어넣을 수는 없다. 훌륭한 리더라면 그 결과에 상관없이 증거 기반의 의사결정을 통해 항상 보상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직원들이 느낄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p.560
이상적인 업무 환경은 모든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격려한다. 그런 업무 환경을 구축하는 리더들이 무릅써야 할 위험은 오직 한 가지다. 그것은 자신의 에고ego에 대한 약간의 상처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유입을 원활하게 하고 재난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치러야 할 소소한 대가에 불과하다.
2022.03.01 ~ 2022.03.02
미주
p.564
54) "그 변화의 속도는 다시 한번 우리가 그 순간에서 멀어질수록 느려지고, 가까이 다가 갈수록 빨라져야 한다. 1년 뒤 벌어질 사건은 하루가 더 지나더라도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비슷하지만, 3일 뒤 벌어질 중요한 사건은 그 사이에 있는 각각의 날들에 대해 그 마지막보다 더욱 강력하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Jevons[1871], 1957, ch 2).
Notes
참고 문헌
Bibli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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